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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3월 19일] 퓰리처상과 가디언

입력
2014.03.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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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펜타곤 문서' 특종은 저널리즘 역사에 남는 보도로 꼽힌다. 펜타곤 문서는 미국 정부가 2차대전 이후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1급 기밀문서다. 미국이 베트남전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한 통킹만 사건의 전말도 여기에 담겨있다. 군사전문가 대니얼 엘스버그는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7,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 전체를 뉴욕타임스에 건넸고 신문은 1971년 6월 13일자에 6개 면에 걸쳐 폭로했다.

▦ 닉슨 행정부는 연일 기사가 실리자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제소해 법원으로부터 보도금지 판결을 이끌어냈으나 연방대법원은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관 휴고 블랙은 "오직 자유롭고 규제되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판결 이후 언론에서 정부의 치부를 들춰내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탐사보도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국가안보 위협 논란 속에 당당히 퓰리처상을 받았다.

▦ 펜타곤 문서 보도 이후 40여 년 만에 퓰리처상이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세계를 뒤흔든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프로그램 폭로 보도를 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할지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다. 대상은 미국 언론이지만 가디언 보도가 뉴욕지사를 통해 이뤄져 추천됐다. 미국에서 일고 있는 국가기밀 폭로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부담스러워하는 쪽과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 및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한 역사적 의미를 중시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스노든은 자신이 확보한 비밀을 폭로할 언론으로 가디언을 선택했다. 신문의 수익보다는 독립성과 영향력 유지를 추구하는 가디언의 전통을 높이 평가했다. 스노든은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는 "미국 정권과 너무 가까워 신뢰할 수 없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9ㆍ11 이후 미국 언론은 국가안보 문제에서 비판의 날이 무뎌졌다. 미국 독자들도 뉴욕타임스 대신 가디언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자본권력에 매인 한국 언론으로서는 꿈 같은 얘기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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