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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여객기 항로 이탈 누군가 사전에 경로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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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여객기 항로 이탈 누군가 사전에 경로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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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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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기내 컴퓨터 장치에 사전 입력된 경로에 따라 항로를 이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조종석에 있는 관련 장비를 여러 차례에 걸쳐 조작해야 가능한 일이어서 조종사 등 기내 구조에 밝은 누군가가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종된 MH370편이 운항정보교신시스템(ACARS)을 통해 발신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여객기가 기내 비행제어시스템에 입력된 경로에 따라 남중국해 해상에서 베이징행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제어시스템은 기장석과 부기장석 사이에 있으며 항로를 변경하려면 7, 8번에 걸쳐 단추를 눌러야 한다. 사고기종인 보잉 여객기의 조종장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라는 얘기다. 수정 항로의 입력 시점이 이륙 전인지 이후인지는 불분명하다. NYT는 "기후나 항로 사정으로 지상 관제소의 지시를 받아 여객기 항로가 수정되는 일은 자주 있지만 이번처럼 예정된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드물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는 사고기 부기장과 관제소의 마지막 구두교신 시점과 ACARS 장비가 꺼진 시점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정정 발표와도 부합한다. 히샤무딘 후세인 국방장관 겸 교통장관 대행은 17일 기자회견에서 "ACARS 장비가 꺼진 시점이 마지막 구두교신 전인지 후인지 불분명하다"며 기존 정부 발표를 뒤집었다. 당국은 앞서 항공기 위치정보를 지상에 발신하는 기내 장비인 ACARS와 트랜스폰더가 마지막 구두교신 전후로 차례로 꺼졌다고 밝혔고, 이는 조종사들이 통신장비를 일부러 끄면서 "괜찮다"는 허위보고를 했다는 의심을 자아냈다. 당국의 정정 발표로 두 통신장비가 사고로 동시에 고장났을 가능성 등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은 여전히 고의적 행위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실종 여객기가 경로를 바꿔 휴대전화 기지망이 갖춰진 말레이시아 본토를 지나는 동안 탑승자들이 휴대전화로 가족 등에게 상황을 알린 흔적이 전혀 없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승객들이 비행기 납치 사실을 인지하고 친지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던 9·11테러 때와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항로 이탈 직후 비행고도를 3만5,000피트(1만668m)에서 4만5,000피트(1만3,716m)로 급상승한 점을 지적하며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를 동반하는 급상승으로 승객들이 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비행 지식이 있는 자의 의도적 납치 행위를 시사하는 가설이다.

한편 중국은 MH370편에 탑승했던 자국민 153명의 신원을 조사한 결과 테러조직과 연계가 의심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테러ㆍ납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승객 및 승무원 전원을 수사대상에 올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자국민이 사고기에 탑승한 국가들을 상대로 신원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말레이시아는 그러나 승객 중 유일하게 항공기 관련 직업(항공정비사)을 가진 자국민을 여태 조사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인도양 남부까지 확장된 기체 수색 작업도 답보 상태다. 사고기가 남부항로로 운항했을 경우 추락 지점으로 유력한 인도양에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주도로 26개국이 수색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해역이 워낙 넓고 깊어 벌써부터 수색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해군 7함대는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수색 작업에 동원했던 구축함 키드를 원대복귀시키고 정찰기로 대체했다. 인공위성 21기를 수색 작업에 투입한 중국은 사고기가 자국 영토를 경유하는 북부항로를 지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육상 수색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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