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분양시장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보기 힘들었던 건설사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주택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각 건설사들이 아껴뒀던 알짜 분양 물량을 대거 내놓으며 '분양 대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끈다. 분양시장의 전통적인 맹주인 서울 강남권에 한 동안 공급 물량이 뜸했던 강서권 아파트들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강남권은 고덕시영, 경복아파트 등 재건축 물량이 많은 반면 강서권은 양천구 신정4구역, 영등포구 신길7구역 등 재개발구역 내 일반분양 물량이 대부분이다. 올 봄 분양대전을 강남 재건축과 강서 재개발의 맞대결로 보는 이유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5월 강서권에서 나오는 재개발 일반분양 단지는 모두 4곳 2,814가구이며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3곳 4,544가구다.
강남권에서는 강동 일대에서 '고덕 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이달 중 분양 준비를 마친 상태. 강동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함께 강남 4구로 불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아파트들이 미분양 몸살을 앓으면서 체면을 구긴 바 있어 이번 분양을 통해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이달 중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힐스 논현'을 분양할 예정이다. 내년 개통 예정인 분당선 연장선과 지하철 9호선 환승역인 선정릉역에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GS건설이 개나리6차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역삼자이'를 이달 중 분양할 예정이다.
강서권의 선두주자는 현대건설이 다음달 분양 예정인 '목동힐스테이트'다. 목동아파트 10단지 옆 신정4구역 재개발 자리에 들어서는 목동 힐스테이트는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과 5호선 신정역과 가깝고, 학군 좋은 목동에 자리잡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영등포구에서는 신길11구역 '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와 '신길7구역 래미안(가칭)'이 다음달 분양된다. 뒤를 이어 롯데건설이 영등포구 당산4구역에, GS건설은 동작구 상도10구역 재개발 지역에 신규 아파트를 4~5월 중에 분양할 예정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희소성이다. 더 이상 새로운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힘든 지역인 만큼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을 통해 강남권에 진입할 수 몇 안 남은 기회일 수 있다. 여기에 맞선 강서 재개발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한 동안 공급 물량이 뜸했던 점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강남권에 비해 중소형 평수가 많고, 선호도가 높은 층수의 아파트가 조합원 물량이 아닌 일반분양으로 나오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참고할 대목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서권은 최근 몇 년 사이 공급이 정체기에 있었고, 분양가도 강남권에 비해 70~80% 수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와 달리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호재가 있는 지역도 있는 만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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