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통신사에서 전화가 왔다. 파격 할인가에 사은품도 이것저것 챙겨주겠다며 인터넷과 IPTV 가입을 권유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지금 쓰는 상품의 약정 기간이 몇 달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니 위약금까지 다 물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솔깃했다.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한 후 현재 이용하고 있는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해지 문의를 했다. 무슨 불편이 있었느냐, 다른 데로 옮기려는 것이냐, 등등을 묻는 상담원의 목소리가 절박해졌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니, 앞으로 두 달 간은 무료로, 이후부터는 그쪽 제안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월정액을 내려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무료 기간을 빼고도 다달이 5,000원 만큼씩 할인을 받게 되었다. 전화 한 통에 이게 웬 횡재인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잠시 후 언짢은 기분이 밀려왔다. 통신선이야 어차피 다 깔려 있는 거니 이렇게 요금을 내려도 전혀 상관없단 말이지. 앞으로 할인을 받게 되었다기보다 이제까지 바가지를 써온 것만 같았다. 묵묵히 이용하는 사람은 뭐 봉으로 아는 건가 싶기도 했다. 사은품도 됐고 파격 할인도 됐고 어디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 되나 머리 굴릴 필요 없이 그냥 합당한 정가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빤한 고객수를 두고 통신사들끼리 소모적 경쟁을 벌이는 이런 시스템에서는 하릴없는 기대에 불과한 걸까. 한국통신이 그대로 공기업이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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