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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칼럼] 급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인권

입력
2014.03.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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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이던 작년 9월 19,20일 미국 뉴욕에는 세계 지도자 1,000여명이 모였다. 글로벌 컴팩트 리더스 서미트(Global Compact Leaders Summit)란 포럼에서, 이들은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를 주제로 이틀간 토론을 벌였다.

글로벌 컴팩트는 2000년 코피 아난 당시 사무총장이 만들었고, 반기문 사무총장이 세계적 기업 8,000여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조직으로 키워냈다. 리더스 서미트는 글로벌 컴팩트가 3년에 한번씩 여는 행사이다. 여기 모인 세계 기업, 정부기관, NGO 리더들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그리고 전쟁, 범죄, 질병에 시달리는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법을 개발하고 실천에 옮긴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인권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여성들이 괄목상대하게 인권을 회복해나가고 있는 모습이 획기적이었다. 반기문 총장에 앞서 개막 기념강연을 한 이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인간이기를 거부당한 채 자녀 4명을 낳은 후, 기적 같은 기회를 얻어 미국으로 가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차례로 취득한 테레라이 트렌트(Tererai Trent)박사였다. 그녀는 미국 미디어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얘기를 듣고 보내온 150만 달러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 학교를 열어 수 천명의 여성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자신의 삶을 소개하여,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세네갈로부터 온 '이매진 아프리카'라는 NGO의 피에르 사네 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세네갈은 2010년에 만든 양성평등법에 따라 모든 당이 남녀 같은 수의 국회의원 후보를 내게 되었고, 이 법에 따라 시행된 2012년 15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하원 선거에서 43%에 해당하는 65석을 여성이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각 지역구에서 남녀 각각 1인씩 두 명을 뽑는 선거제도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당 별로 각 지역에 남녀 1명씩 두 명을 공천하고, 선거에서 표를 많이 받는 정당의 남녀후보가 동반 당선된다는 것이다. 양성평등을 위해 UN이 제시한 세 가지 쿼터 시스템인 자발적 정당 쿼터(Voluntary party quota system), 법적 쿼터(Legal quota system), 성적 쿼터(Sex quota system) 중 초반에는 자발적 정당 쿼터 시스템, 후반에는 성적 쿼터 시스템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평소 TV에서 보던, 물단지를 이고 가는 아프리카 여성이 아니라, 최악의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비전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눈에 어린, 별처럼 빛나는 꿈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동물적인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고 있던 아프리카인들의 인권을 능동적으로 신장시키고 있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 정부의 모습에 접하면서, 인권 분야에서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의 여러 나라를 추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3월 24일 윤경포럼이 서울에서 11년째 여는 윤경CEO서약식에서는 전문직여성세계연맹과 공동으로 '여성역량강화원칙'을 채택한다. 이 서약식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CEO는 윤리경영을 조직 운영의 핵심과제로 삼는 동시에,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도록 일터에서 양성을 공정하게 대한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는 숨가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미래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권에 대한 존중을 핵심가치로 하는 비전을 가지고 혁신과 창조를 해야 하는 조직은 기업뿐이 아니다. NGO도, 학교도, 정당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낙후된다. NGO는 지지자로부터 외면당하고, 학교는 학생들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며, 정당은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에 걸맞게 작년 뉴욕에서 열렸던 글로벌 컴팩트 리더스 서미트의 주제는 "비전을 밝혀라(Unveiling the Vision)"였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글로벌컴팩트 서울리서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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