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네요”
‘주는 것 없이 밉다’는 속담이 있다. 나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사이지만 그냥 싫다는 뜻이다. 그 정도가 심하면 이런 사람은 보기도 싫고, 어쩌다 마주치면 이유 없이 짜증이 난다.
이해관계나 미워할 핑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싫어할 정도의 인상이라면 심각하다. 단순한 취향 차이의 문제를 넘어 남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공통점은 얼굴에 심술기가 철철 넘치고 눈빛이 음흉스러워, 보기만 해도 부담이 된다. 또 전형적인 포커페이스라 속내를 짐작할 수 없어 말을 붙이가 더욱 어렵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사람의 상당수는 남을 해코지하는 경향이 많다. 내 주변이나 우리 집 손님 중에는 인상이 고약한 사람을 가까이 했다가 뒤늦게 땅을 친 사람이 아주 많다.
몇 년 전에 남동생 친구인 K사장이 동서를 데리고 운세를 보러 왔는데 인상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좋게 보면 호방한 인상이나 찬찬히 살펴보니 꼭 배신할 것 같았다. 걱정이 되어 다음 날 K사장만 불러서 동업은 물론 돈과 관련된 일엔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남보다 동서가 낫지 않겠습니까.”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세상물정 잘 모르는 K사장은 결국 내 의견을 무시하고 동업을 시작했다. 잘못된 선택도 모자라 동서가 실무에 밝다며 경영 전반을 맡겼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으니 결과는 뻔하다. 동서는 회사 돈을 빼돌려 딴 주머니를 차는 바람에 부도가 나서 K사장은 알거지가 되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동서가 바지사장을 앞세워 K사장의 공장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주러 와도 미운 놈’처럼 보였던 동서가 ‘받으러 와도 고운 놈’처럼 보였던 K사장에게 인상 값을 하는 배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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