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복ㆍ식재료, 탄약은 물론 전투기, 헬기, 전차, 함정 등 대형 무기체계까지 우리 군의 핵심 장비에 들어가는 군수품들의 시험성적서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조작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우리 군 장비의 각종 부품과 원자재를 군에 납품하는 241개 업체가 2,749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ㆍ변조한 사실을 확인, 이들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고 위ㆍ변조 품목들에 대해서는 정상제품으로 조속히 교체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기품원은 2007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최근 7년 간 납품된 28만199가지 군수품을 대상으로, 군수업체가 제출하거나 보관 중인 공인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했다. 이번 검증은 최근 3년 간(2011~13년) 계약된 품목만 대상으로 했던 1차 검증에서 34개 업체가 125건의 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기와 범위가 확대됐다.
기품원에 따르면 차기 전차 K-2를 비롯해 장갑차(K-21), 자주포(K-9) 등 육군 기동화력 장비 품목의 시험성적 조작이 90%에 육박했다. 국산 기동 헬기인 '수리온'의 부품 중에도 성적서가 위조된 품목이 와이퍼 기어 등 8건에 달했고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도 브레이크 디스크 등 2건의 성적서가 가짜로 밝혀졌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항공기 기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품이다.
성적서 조작은 종업원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조립 부품이나 수리부속류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특히 필터류와 고무제품류 등 여러 품목을 소량 납품하는 3개 중소업체에 전체 위ㆍ변조 건수의 62%(1,696건)가 집중됐다. 기품원은 "주로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기 지체와 규격 미충족 등을 피하기 위해 정부 품질관리체계의 허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최창곤 기품원장은 "아직까지 위ㆍ변조 품목으로 인한 장비의 가동 중단이나 사용자 불만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해당 장비의 내구성과 신뢰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품목을 전량 정상제품으로 바꾸는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