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대거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혈세 2억5,000만원이 사용됐다. 보고서 중에는 교원노조의 단체교섭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법 개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17일 교육부의 의뢰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작성, 제출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의 입법정책적 개선방안'에서, 연구진은 전교조 등 노조와 교육부, 전국 시ㆍ도교육청 간 단체협상의 대상(범위)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교원 조직 ▦예산 편성 및 집행 ▦교원의 정원 결정 및 배치 ▦임명권 행사 ▦기관이 당사자인 쟁송(불복신청 포함) ▦기관의 관리ㆍ운영의 6가지를 비(非)교섭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을 교섭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전교조 등 강성노조가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고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교섭대상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혼선을 빚고 있다"며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단체교섭의 비교섭사항을 명시해 실무상 혼선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애초에 전교조를 견제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했다.
전교조는 교육부, 시ㆍ도교육청과 교섭을 할 때 교섭대상을 놓고 번번이 맞부딪쳐왔다. 지난해에도 교육부는 전교조 본부가 요구한 ▦학급당 학생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수준 축소 ▦친환경 농수산물 사용 권장 등 학교급식 개선 ▦무상 의무교육 확대 등 120여 가지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서 교섭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박경수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법률에 비교섭사항을 규정해놓으면 교섭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복지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노동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원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책이나 인사, 예산 사항도 근로조건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법률 개정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손쉽게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까지 제안했다. 연구진은 "전교조를 위시한 진보교육의 압력을 민주당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회의 논의를 거칠 필요 없이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도재형 교수는 "상위 법률에 위임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행령을 고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전교조와 보수성향 노조들(한국교원노조,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의 창구 단일화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교섭국장은 "전례를 볼 때 서로 성향이 다른 교원노조와 공동교섭안 도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교섭이 원천 봉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교원노조법 개정 보고서 말고도 ▦일선학교 교원의 노조활동에 따른 어려움 설문조사 ▦교원노조원ㆍ학교장 관계 개선 매뉴얼 ▦매뉴얼에 따른 사이버 연수교재 등 3건의 연구용역을 추가로 진행 중이다.
박홍근 의원은 "이들 연구용역에 특별교부금 2억5,000만원이 투입됐다"며 "교육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이어 노조활동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과 여론전까지 하려 발주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원노조법 개정 추진을 검토 중이지만 고용노동부와 아직 협의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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