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오디오 가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신분증을 맡기고 휴대용 녹음기를 빌리고, 또 반납해야 한다. 조금 유명한 전시회라면 길게 줄을 서게 마련이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그만 아이디어에 기술을 접목시켜 사업으로 확장시킨 학생들이 있다.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의 학부, 석ㆍ박사 과정생 6명 등 20대 8명이 뭉친 벤처기업 '가이드플' 얘기다.
이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가이드플'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전시회의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해당 전시회의 작품 설명이 담긴 QR코드를 찍으면 가이드플 서버에 저장된 음성 안내가 나온다. 전시회 주최측이 직접 작품설명 앱을 만들어 배포한 사례가 이미 있었지만 음성파일을 저장한 앱일 뿐, 가이드플 같은 플랫폼 형식은 처음이어서 전시회마다 다른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
전시회 주최측 입장에서도 가이드플을 쓰면 오디오 기기 대여비용이나 기기 분실, 고장에 따른 변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최측은 QR코드가 찍힌 쿠폰을 가이드플로부터 장당 1,000원에 사서 관람객에게 무료 제공하거나 판매하면 그만이다. 가이드플의 재무최고책임자 오유미(22ㆍ한양대 파이낸스경영 휴학)씨는 "주최측 입장에서는 기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 관리하거나 직접 앱을 만드는 비용의 90%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사소했다. 공동 창업자 오정민(26ㆍ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박사과정)씨는 2011년 독일의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 활동을 하던 중 미술관을 다니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때마다 한국어 설명이 없어 불편을 느꼈다. "오디오 가이드 기기에 작품 설명을 녹음해 넣는 시스템보다 앱을 만들면 보다 다양한 언어로 이용하기가 훨씬 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씨와 김대훈(25)씨 등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석ㆍ박사과정 학생 5명이 기술과 디자인을, 오정민씨의 동생 유미씨, 황주미(26)씨 등 3명이 경영과 회계를 담당하기로 하고 지난해 5월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각종 경진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 3,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가이드플은 지난해 11월 '문화역 서울 284 건축투어'부터 최근 열린 '제50회 한국보도사진전'까지 각종 전시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최측과 관람객 양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실내 전시회뿐 아니라 유적이나 관광지까지 오디오 가이드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경복궁을 관람한다고 하면 관람자의 위치를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실시간 파악, 근정전 근처에 가면 자동으로 근정전에 대한 설명이 나오게 하는 식이다. 김대훈씨는 "작품 가까이 접근하면 저절로 작품 설명이 나오는 '자동 정황인지 시스템' 도입 등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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