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자동차는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이다. 카를 벤츠가 출원한 내연기관 자동차 특허가 1886년 1월 독일 특허국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공식적인 첫 자동차가 되었다. 이때 벤츠가 받은 특허는 2011년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몇 년에 걸쳐 이 특허 설계로 모두 25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된 차는 나중에 분해 후 재조립되어 독일 뮌헨 교통박물관에 기증되었고, 1888년에 만들어진 또 다른 한 대는 1913년부터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1957년 전체 보수작업을 한 것 외엔 거의 원형 그대로의 상태다. 두 차 모두 만들어진 지 100년이 훨씬 넘는 지금까지 온전한 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두 박물관 말고도 벤츠 파텐트 모터카를 볼 수 있는 곳은 무척 많다. 필자가 세계 여러 나라를 취재 또는 여행하면서 각기 다른 곳에서 본 것만도 네 대에 이르고, 우리나라에도 한 대가 전시되어 있다. 심지어 실제로 움직이는 차에 타 볼 기회도 있었다.
사실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벤츠 파텐트 모터카를 전부 합치면 벤츠가 만들었다는 25대보다 훨씬 더 많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확히 말하면 앞서 이야기한 두 대의 실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복제품이다. 이전에도 복제차 몇 대가 제작되기는 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10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02~ 2003년에 모두 100대의 파텐트 모터카 복제품을 제작했다. 모두가 원래 설계 도면을 근거로 해서 만든 것들이다. 물론 모든 도면이 다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19세기의 설계와 기술, 제작방식을 21세기에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벤츠의 첫 차에 관한 자료가 지금까지 대부분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운영하고 있는 클래식 자료 보관소에는 그 밖에도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 때의 초창기 기록부터 현재까지 자동차와 기업활동에 관계된 거의 모든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문서만 한 줄로 늘어 놓아도 길이가 약 15㎞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문서뿐 아니라 사진, 필름, 오디오 테이프 등 수많은 자료들이 온도와 습도가 최적으로 조절되는 시설에서 조심스럽게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자료와 기록을 소중히 여기는 건, 단지 전시나 보존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아무리 오래되어 단종된 차라도 자료를 바탕으로 부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다. 파텐트 모토바겐처럼 처음부터 새 차를 조립해 완성할 수도 있을 정도다. 새 차를 만들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차를 소유한 고객도 만족시키는 것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운다는 것을 메르세데스-벤츠는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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