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새벽까지 협상을 벌여 시범사업 후 원격의료 입법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편 등에 타협했다. 사실상 의협 측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으로, 24일로 예고된 2차 집단휴진은 철회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뒤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과 관련해서는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문제점이 지적되면 반영하기로 했다.
또 의료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건정심의 구성을 의료계에 유리하게 바꾸는 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건정심은 건보 가입자, 공급자(의료계), 공익위원이 3분의 1씩이고 공익위원(8명)은 부처 관료(4명)와 정부 추천 전문가(4명)로 구성된다. 앞으로는 공익위원 전문가 절반(2명)에 대한 추천권을 의료계에 주기로 했다. 또 의료계와 건강보험공단 간 수가 협상 결렬시 건정심에 수가결정을 넘기지 않고 공급자와 가입자 동수로 구성된 조정소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수적 열세로 수가가 낮게 책정된다는 의료계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이전 300만원 이상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최대 2개월 면허정지)도 보류하기로 했다. 혜택을 받을 의사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17~20일 협의안에 대한 회원투표를 실시, 24일 집단휴진 철회 여부를 묻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의 요구안을 정부가 대거 수용한 만큼 집단휴진을 강행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집단휴진의 불씨는 잡았지만, 집단행동을 내세워 건정심 개편과 리베이트 처벌 면제 등 의협의 이익 관철에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의사들의 리베이트 수수까지 눈감아주기로 하는 등 의협의 민원을 종합적으로 해결해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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