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ㆍ정책 및 당헌ㆍ당규 제정 논의에 앞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기선제압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양측은 정강ㆍ정책과 당헌ㆍ당규에 '새정치' 가치를 최대한 반영하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통합에 따른 '우클릭'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새정치연합도 민주당 기존 노선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의 지도부 구성과 공천 방식을 결정할 당헌ㆍ당규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17일 공동위원장단회의에서 "창당 일정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채우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공개토론회도 열고 밤샘 끝장토론회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의 정강ㆍ정책과 당헌ㆍ당규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효석 공동위원장도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의식한 듯 "재벌총수 문제를 재벌기업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방ㆍ교역 확대ㆍ규제 완화ㆍ공기업 개혁 등의 문제를 신자유주의로 인식하는 편협함을 벗어나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민주당에 17쪽 분량의 정강ㆍ정책 초안을 넘겼고, 양측은 18일부터 구체적 협의에 돌입한다. 민주당 측 정강ㆍ정책분과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새정치연합 측 초안을 1차적으로 분석한 결과 민주당 정강ㆍ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가급적 금주 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정강ㆍ정책을 만들어 26일 창당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혁신그룹 '더 좋은 미래' 소속 김기식 의원은 이날 '자본과 노동의 상생'이란 발기취지문 문구에 대해 "압도적인 자본우위 사회에서 노동의 권리가 강조돼야 한다"면서 "공자님 말씀을 나열하지 않으려면 냉철한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장하나 의원도 "발기취지문에 제외된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환경정책 분야를 당의 핵심 정강으로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을 주도하는 지도부와 '선명성'을 주문하는 강경파 의원들 간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노선 갈등이 촉발될 경우 정강ㆍ정책 제정 작업이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내부 당헌ㆍ당규 초안을 확정하지 못해 이날 민주당에 전달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는 "지도체제와 공천 룰, 당원 체계 등 정당 운영과 관련한 부분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과 관련, 민주당은 '당원 50%+국민참여 50%'투표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조직이 약한 새정치연합은 당원을 배제한 공론조사 식 배심원제를 바라고 있어 절충 과정에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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