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치러진 크림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 결과 무려 90% 이상이 러시아와의 합병에 찬성했다. 러시아계가 60%에 가까워 결과는 예상됐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표결이 나온 건 의외다. 투표과정에 큰 부정이 없는 한 크림공화국의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이런 결과는 외교적 해결 여지를 협소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크림 의회는 공식 투표결과가 나오면 러시아에 병합절차 개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하원은 21일 크림 병합을 심의할 예정이고, 이어 상원에서도 관련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러시아 의회는 크림 병합에 찬성하고 있어 이달 안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까지 모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법성을 강력 경고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주민투표가 국제법에 부합하며, 러시아는 크림 주민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러 군사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군이 가스기지를 장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남부에 병력을 투입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이외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사력을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은 자산동결, 여행금지 등과 함께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다각적인 경제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이다. 오히려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를 끊는 등의 방식으로 맞대응 한다면 천연가스의 25%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6대 곡물수출국이어서 세계 곡물시장도 휘청거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크림 병합이 연쇄적으로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의 분리독립을 부추기고 결국 내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법 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통합을 보장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1994년)를 위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크림공화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선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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