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키우던 강아지 '빵이(3)'의 무릎 뼈(슬개골) 탈구 때문에 동네 동물병원을 찾은 직장인 오현주(34)씨. 빵이의 수술비를 포함한 진료비로 무려 400만원이 청구됐다. 강아지의 무릎 뼈 탈구 수술에 보통 150만~2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액수였다. 알고 보니 병원 측에서 실수로 빵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다리가 부러졌고 이를 오씨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추가 수술한 뒤 그 비용까지 포함시킨 것이었다.
오씨처럼 동물병원의 '묻지마 진료비 청구'에 참다 못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동물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반려동물 관련 협동조합인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은 올해 9월 개원을 목표로 동물병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우리동생은 지난해 1월 반려동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주민 8명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예정대로 문을 열면 협동조합이 설립한 첫 동물병원이 된다. 현재 조합에는 취지에 공감한 전국 각지의 애견ㆍ애묘인 350여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의 목표는 조합원인 수의사가 진료하고 일반 조합원 모두가 재정운영에 참여해 반려동물에 대한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적정한 진료비를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1999년 정부가 동물병원 간 담합을 막고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동물의료수가제도를 폐지하면서 동물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진료비를 정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이 시설 비용 및 인건비 증가 등을 이유로 진료비를 대폭 올렸고, 때문에 같은 진료를 받더라도 병원에 따라 수십 만~수백 만원이 들어간다. 게다가 동물은 보험대상도 아니어서 진료비가 높은 편이다.
조합은 오는 22일 정기총회를 열어 병원 위치 선정과 설립 예산 책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의사법은 일반협동조합이 동물병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우리동생은 비영리법인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해 오는 6월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현주 우리동생 사무국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무조건 저렴한 병원을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 한 병원을 원한다"며 "일부 수의사들만 알고 있는 진료정보도 일반 사람들이 알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동물병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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