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1편의 논문을 쓴 순천대의 한 교수가 '유능교수냐' '표절교수냐'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동료 교수들조차 '경이롭다''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교수의 논문은 표절 의혹이 제기돼 대학 측이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17일 순천대학교에 따르면 인문예술대학 소속의 A(45·여)교수는 국내 저명 학술지에 최근 5년간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9년 9편, 2010년 11편, 2011년 18편, 2012년 21편을 썼고, 지난해는 6월까지 9편을 저술했다.
동료 교수나 대학원생의 공동 저술 없이 대부분 단독 논문이었다. 특히 21편의 논문을 쓴 2012년의 경우 순천대 전임교원이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게재한 1년 평균 논문수 0.6편에 비하면 무려 35배나 많았다. A교수는 창작 활동도 왕성해 5년간 30편이 넘는 작품을 냈다.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A교수는 순천대 재직 교수 3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업적 평가에서 2009년부터 매년 1위에 올랐고 최우수 연구업적상과 억대의 성과급을 챙겼다. 학회에서도 A교수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학술상과 각종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교수가 강의를 하면서 1년에 수십 편의 논문을 저술한 게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대 한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1년에 단독 논문 1-2편 쓰기도 버거운데 한 달 평균 2편을 썼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반응했다.
A교수의 연구업적은 외부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표절이 심각하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의심받기 시작했다. A교수에 대한 잡음이 불거졌지만 대학 측의 움직임이 없자 A교수와 같은 학과 소속 B교수는 A교수의 최근 5년간 발표한 논문 수십 편을 자체 검토했고 그 결과 상당수 논문 표절과 작품 재사용, 중복 게재 등 연구부정행위 정황을 발견했다.
특히 대학 측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과 허위 실적으로 인한 연구지원금 등이 부당 수령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B교수는 "A교수는 자신의 실적을 본인이 심사해 통과시키고 심지어 논문의 결론까지 남의 것을 그대로 베낀 경우도 있었다"며 "동료 교수와 대학 측이 방관한 사이 교묘한 방법으로 업적을 부풀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위 실적으로 연구지원금과 성과급이 부당하게 지급된 것은 범죄행위"라며 A교수의 연구진실을 가리기 위해 순천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와 학회 측에 이 같은 의혹을 제보했다.
박문수 순천대 연구윤리위원장은 "A교수의 논문과 작품에서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는지 2차 본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교수는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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