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고양 오리온스가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오리온스는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서울 SK를 81-64로 제압했다. 2연패 이후 안방에서 1승을 수확한 오리온스는 4강 진출을 위한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렸다. 또 올 시즌 SK전 8연패 사슬도 끊었다. 양 팀의 4차전은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오리온스 라커룸은 경기 전 비장감이 감돌았다. 2차전 4쿼터까지 15점차로 앞선 경기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주포 김동욱(33)에 이어 경기 운영을 책임진 한호빈(23)마저 발목 부상으로 빠졌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2차전에 결정적인 실책을 한 장재석(23)은 삭발을 하고 의지를 다졌다.
심기일전한 오리온스는 초반부터 거세게 SK를 몰아붙였다. 장재석이 SK 공격의 중심인 애런 헤인즈(33)를 꽁꽁 틀어 막고 김강선(28)과 최진수(24)가 공격을 풀어갔다. 1쿼터 종료 49.3초 전 헤인즈가 김강선을 팔꿈치로 밀치는 장면은 오리온스의 투지를 더욱 북돋았다.
1쿼터를 19-10으로 앞선 오리온스는 2쿼터 한 때 상대 압박 수비에 주춤했지만 앤서니 리처드슨(31)의 연속 5점으로 다시 달아났고, 허일영(29)의 3점포 2방으로 36-24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기선을 제압한 오리온스는 3쿼터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58-46, 12점 차를 유지했다.
SK는 큰 점수 차로 앞서도 2차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흔들림 없는 수비 조직력으로 SK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66-51로 리드한 종료 5분51초 전 속공 상황에서 리처드슨이 호쾌한 덩크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삭발 투혼을 펼친 장재석은 덩크슛 1개를 포함해 17점 5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활약했다. 외국인 듀오 리온 윌리엄스(28)와 리처드슨은 각각 17점, 16점씩을 보탰다. 이현민(31)은 공수를 조율하며 8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반면 SK는 김선형(26)이 18점으로 고군분투했을 뿐 동료들의 지원 사격이 부족했다. 헤인즈는 17점을 올렸지만 의욕만 앞선 나머지 슛 적중률이 40%(12개 시도 4개 성공)로 저조했다.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은 경기 후 “지난 두 경기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해보겠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빛났다”며 “의지를 불 붙인 선수가 장재석이다. 자신의 실수를 통감하면서 투혼을 일깨워줬다”고 밝혔다. 이어 “1승에 만족하지 않고 강한 응집력을 발휘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양=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고양=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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