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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가들과 우리 이름 나란히… 꿈도 못꿨던 현실 얼떨떨하고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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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가들과 우리 이름 나란히… 꿈도 못꿨던 현실 얼떨떨하고 설레요"

입력
2014.03.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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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길 개척 "놀랍도록 균형 잡힌 연주" 호평29일 예술의전당서 정기연주회 베토벤·슈베르트 후기곡 도전"불과 몇 년 전엔 엄두 못 낸 난곡""이제부터 정말 험난한 길 들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 바탕으로성과에 걸맞은 팀이 돼야죠"

"대등하게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춘 네 음악가는 놀랍도록 견고하고 균형 잡힌 연주를 하며 음악을 매혹적으로 만든다."

세계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하겐 콰르텟의 제1바이올린 연주자 루카스 하겐은 한국의 젊은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29)ㆍ김영욱(25)씨, 첼리스트 문웅휘(26)씨와 비올리스트 이승원(24)씨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새롭고 신선하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온 팀 이름 그대로 실내악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 음악계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팀이다. 결성 8년 차를 맞은 올해는 세계 무대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현악사중주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클래식 기획사 짐멘아우어와 전속 계약을 했다. 독일에서 유학 중 국내 공연을 위해 귀국한 이들을 1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노부스 콰르텟은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년 만에 여는 정기연주회와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음악가로서 무대에 서는 4월 1ㆍ3일 통영 공연, 4월 6일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비현실적인 꿈처럼 보였던 목표를 이뤘다"는 이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짐멘아우어 홈페이지의 연주자 명단을 보면 저희 이름이 감히 어울리나 싶어요. 킴 카슈카시안(비올라), 미클로스 페레니(첼로) 같은 대가와 나란히 이름이 올라 있잖아요. 가장 젊은 에벤 콰르텟마저 저희보다 경력이 훨씬 오래됐어요."(이승원)

2008년 일본 오사카 콩쿠르(3위), 2009년 리옹 콩쿠르(3위), 2012년 독일 ARD 국제 콩쿠르(2위), 하이든 국제 콩쿠르(3위) 등 주요 국제 실내악 경연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지만 이번 대회는 우승의 갈증을 달래 준 소중한 경험이다. "이렇게까지 콩쿠르 준비를 열심히 한 적이 없었어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대회 분위기상 우승의 자신감도 있었죠."(김재영)

현실적인 성과에 따른 자신감 덕분일까. 정기연주회의 레퍼토리는 작곡가의 전 생애에 걸친 심원한 내면이 녹아 들어 있는 후기곡들을 골랐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중 12번과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는 난곡인 슈베르트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15번을 연주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너무 어려워 당장은 시도하기 힘들겠지만 언젠가 꼭 한 번 연주하고 싶은 곡"이라고 꼽았던 바로 그 작품들이다. "겁도 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도전해 보기로 했다"는 게 리더 김재영씨의 말이다.

"유럽에서 여는 연주회의 관객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얼떨떨할 때가 많다"는 김씨는 이 같은 도전을 가능케 한 지속적인 연주력 향상의 비결로 멤버들의 강한 친근감을 꼽았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다른 현악사중주단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강점이죠. 음악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아직 간직한 것도 네 사람의 공통점입니다."(김재영)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선이 어느 정도인지도 서로 정말 잘 알고 있어요."(문웅휘)

짐멘아우어 소속으로 활동하기로 하면서 노부스 콰르텟은 2017년까지 외국 공연의 일정이 잡힌 상태다.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몇 년 사이에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정기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기회가 있어 최선을 다해 임하고 그게 반복돼 일상이 되는 그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아요."(문웅휘)

"사실 콩쿠르 준비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죠. 이제부터 진짜 험난한 길을 가야 해요."(김영욱)

"현실적 성과가 많아질수록 연주 수준도 기대에 걸맞게 올라가는 팀이 돼야죠. 남이 보는 우리의 연주와 우리의 만족감이 일치했으면 좋겠어요."(이승원)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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