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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한류, 카타르ㆍ터키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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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한류, 카타르ㆍ터키 사로잡다

입력
2014.03.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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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국왕 "현대만 믿는다"

10일 오전 굴착기 40대가 20m 깊이, 8차로 넓이로 파 내려간 구덩이 바닥에서 또 땅을 파헤치고 있다. 10m 남짓 더 파내야 지하철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발파를 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지만,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국가답게 금지돼있다. 섭씨 38도 땡볕에서 반짝이는 기계들의 둔중한 몸짓이 장관이다.

카타르 수도 도하 북쪽, 차로 40분 거리의 신도시 루사일(Lusail)은 현재 현대건설이 접수한 상태다. 루사일은 부자 나라 카타르 국민 중에서도 왕족과 부호 등만 사는 부촌으로, 2022카타르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선다. 현대건설은 이곳과 도하를 잇는 대동맥인 도시고속도로(15㎞, 16차로) 건설의 6㎞ 확장공사 구간에 투입됐다.

열사(熱沙)의 땅이란 기후가 장애는 되겠지만 길 닦는 공사가 뭐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도로 길이는 얼마 안되지만 곳곳에 ▦허공에 매달린 공중정원(Art Scape) ▦카타르 최장 터널(1.2㎞) ▦지하 30m 지하철 통로 확보 ▦임시 우회도로 건설 ▦고압선 상하수도 등 15가지 관 및 선 처리 ▦배수펌프장 및 변전소 건설 등 토목 전기 건축 기계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야 가능한 기술집약적 복합공사다.

특히 공중정원은 카타르가 월드컵의 랜드마크로 꼽는 조형물이다. 높이 100m의 아치를 설치한 뒤 영화관 전망대 케이블승강장 등을 갖춘 무게 3,000톤 규모의 4층짜리 구조물을 케이블로만 대롱대롱 매달아야 하는 난공사다. 동시에 500명을 수용하기 위한 물과 전기를 공중으로 공급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하영천 소장(상무)은 "32년 현장 경험 중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2016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 공무원들 "현대가 미쳤군(Crazy)"

12일 터키 이스탄불 중심에서 40분 가량 떨어진 보스포러스해협 북쪽.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해협 양쪽에 높이 207m짜리 콘크리트 탑 2개가 서 있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이 공동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잇기 위해 짓는 '보스포러스 제3대교'(8차로 도로와 2차로 철로)의 중심기둥이다. 8월 322m까지 올라가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중심기둥이 될 전망이다.

제3대교는 길이 2,164m, 중심기둥 사이(주경간장) 1,408m로 사장교 기준 세계 1위, 현수교 기준 세계 4위의 길이를 자랑한다. 사장교는 양쪽 중심기둥에 케이블을 늘어뜨려 다리 상판을 들어올리는 방식이고, 현수교는 양쪽 중심기둥에 일직선으로 케이블을 연결한 뒤 이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고강도 강선이 상판을 지지하는 방식이다.

현대는 이번에 유례가 없는 '사장-현수교'라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시공 길이가 제한(1,200m)된 사장교의 한계와 좌우 움직임(12m) 및 상하 진폭(3m)이 커 열차가 다니기 힘든 현수교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고난도의 기술인데다 공기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하니 터키인들이 반신반의하는 건 당연지사. 나영묵 소장(상무)은 "웬만한 난관은 다 해결한 상태라 공기(2년5개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하(카타르)ㆍ이스탄불(터키)=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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