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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 너무 좋아 도와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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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 너무 좋아 도와주고 싶었다”

입력
2014.03.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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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느 한국인보다 한국영화를 잘 안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1999년 영문 웹사이트를 만든 뒤 한국영화를 소개한 시간만도 15년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글은 해외 영화학계에서 곧잘 인용된다. 해외 영화제나 영화학자에게 미국 출신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42)은 한국영화를 들여다보는 큰 창 중 하나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파켓이 국내 최초 독립영화상인 들꽃영화상을 만들었다. 17일 낮 서울 세종로에서 만난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주 좋은 독립영화들을 만드는 감독들을 위해 시상식을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켓은 이 영화상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들꽃영화상은 내달 1일 서울 예장동 문화예술산업융합센터에서 첫 시상식을 연다. 시상 부문은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다큐멘터리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아홉 개다. 제작비 10억원이 들지 않은 영화가 심사대상이다.

파켓은 "오랫동안 한국 독립영화를 위한 상을 생각해 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만도 장편 독립영화가 60편, 다큐멘터리가 20편 가량 나왔는데 배급 문제로 관객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며 "이들에게 상을 줌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들꽃영화상은 그가 작명했다. "들꽃은 다양한데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기 힘으로 잘 살아가기에 독립영화를 상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와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파켓은 한국영화에 배우로도 출연해 왔다. 2012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감독 임상수)에선 오만한 미국 엘리트를 연기했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과 '무게'(감독 전규환) 등에도 얼굴을 비쳤다. 그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출연하며 독립영화 감독들이 얼마나 힘들게 영화를 만드는지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들꽃영화상은 관객 중심의 영화상을 지향한다. 웬만한 영화인보다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관객들이 후보작 선정에 큰 힘을 발휘했다. 수상작과 수상자 선정에 관객의 온라인 투표 30%를 반영한다.

파켓은 미국에서 러시아어와 문학을 전공한 뒤 97년 고려대 강사로 강의하면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96년 뉴욕에서 본 '서편제'가 첫 한국영화였던" 그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영화를 즐겨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별한 에너지가 있어" 한국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한국영화 150여편의 영문번역에 참여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국영화 3, 4편을 본다.

오랜 시간 한국영화를 관람하고 평가하며 충무로의 산업 변동을 지켜 봐온 그는 "10년 전과 달리 이젠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가 더 (국제적)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했다. "상업영화는 돈벌이 때문에 한계가 있는데 독립영화 감독은 좀 더 자유롭다"며 "한국사회를 알고 싶다면 독립영화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파켓은 "한국영화계는 유럽보다 흥행에 더 집착한다"며 "독립영화의 중요성을 좀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70년대 한국영화가 정말 재미있어요. 당시 감독들은 심의 등 체제에 맞서 싸워서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죠. 요즘 (상업영화) 감독들은 체제 안에서 편하게 영화를 만드는 듯해요. 감독들이 70년대 영화에서 많은 걸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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