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논문에만 관심 있는 교수들에게 주는 연구비가 아깝다고 생각하고, 교수들은 기업들이 무조건 단기간 성과를 요구한다고 불평하는 게 현실이죠. 기업과 학계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토종 유산균 박사로 불리며 관련 업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베테랑 임원이 신참 교수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부 부교수로 임용된 허철성(55ㆍ사진) 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어린아이의 장에서 분리한 한국형 유산균 종균의 대량생산에 성공해 업계에서 토종 유산균 박사로 통하는 허 교수는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해 29년 7개월간 근무한 그는 기업에 있으면서도 제품 개발과 연구를 병행, 해외 학술저널에 6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7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평생 몸담은 회사를 떠나 교수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건 유산균 연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 때문이었다. 허 교수는 "유산균 연구는 아토피 치료와 면역력 향상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며 "연구를 다양한 분야로 실용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진급 나이에 다시 신참 교수로 시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실제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운전기사와 비서 등 회사에서 제공하던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급여는 전 직장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신 관악 캠퍼스는 물론 평창 캠퍼스로 출퇴근할 때도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몇 시간을 매달려 파워포인트와 워드 등 직접 서류를 작성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바뀐 생활패턴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허교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만족감을 표현했다. 허 교수는 "하고 싶던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며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신이 난다"고 말했다.
이제 갓 교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연구계획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10년간 공백기였던 유가공 분야를 발전시키고 싶다"며 "유산균과 장내 미생물을 국민건강을 위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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