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맞붙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17일 출마선언 후 가진 첫 만남에서 순회경선 여부 등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당 지도부는 '빅매치'가 자칫 내홍으로 흐를 것을 우려해 순회경선의 모양새를 갖추되 개표는 4월25일 하루에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정 의원이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김 전 총리의 캠프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성사된 회동에서 처음에는 덕담이 오갔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재직 시절이던 2010년12월 '2002년 월드컵 유치설명회' 참석차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던 정 의원과 함께 스위스를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동에서는 권역별 순회경선 등 경선 룰을 비롯한 민감한 주제들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 의원 측 이사철 전 의원이 "과열됐을 때 여러 폐단이 있는데 꼭 순회경선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김 전 총리 측 이성헌 전 의원은 "상향식 공천의 취지에 맞게 더욱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총리에 대한 친박 지원설을 두고는 감정싸움 양상까지 벌어졌다. "청와대가 밀어준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되지 않느냐"는 정 의원 측의 지적에 김 전 총리 측은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이 김 전 총리를 적극 추천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일 뿐"이라며 발끈했다.
경선전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양측이 충돌 양상을 보이자 당내에선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순회경선 방식을 일부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역별 순회경선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투ㆍ개표는 후보 선출일로 상정한 내달 25일 한 차례만 시행하는 방안, 투표는 권역별 순서대로 하되 개표는 마지막 날에 하는 방안 등이다. 권역별 투ㆍ개표가 시행될 경우 자칫 동원ㆍ금품선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양측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경선 이후에 하나로 뭉치는 것"이라며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도 과열을 막을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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