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이 상고사 연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상고사 전공자 1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2명을 추가 채용해 특별팀을 운영하고 상고사와 관련한 비주류 학설을 포함, 다양한 학문적 견해를 수렴하기로 했다. 재단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상고사는 재단이 그 동안 별로 힘을 쏟지 않은 영역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역사 왜곡에 대응할 국책 연구기관으로 2006년 출범한 이래 상고사 관련 사업은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의 한국 상고사 시리즈 출판을 지원하는 게 거의 유일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6권이 나왔다.
삼국시대 이전을 다루는 상고사는 사료도 전공자도 적다. 쟁점에 따라 학자들 간 이견이 커서 주류는 비주류를 '엉터리'라며 무시하고, 비주류는 주류를 '반민족적 역사 왜곡 집단'으로 비난하는 분위기조차 없지 않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식민사학 해체 학술대회'는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 행사를 주도한 재야 사학자 이덕일씨(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씨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는커녕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예로 재단이 지원하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의 한국 상고사 시리즈 중 올해 1월 나온 을 거론한다. 이씨는 "중국의 고대 사료에 따르면 한사군은 한반도 바깥에 있었고 이는 북한의 리지린, 남한의 윤내현 등 학자들이 철저히 고증해 밝힌 사실인데도, 하버드대 출판물은 한사군이 한강 북쪽에 있었다는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의 식민사학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단은 "일제의 학설에 따라 한사군을 중국 식민지로 봐 온 서구학계의 편견을 바로잡고자 낸 책"이라며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다양한 주장을 소개했을 뿐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사군의 위치에 대해서는 한반도 북부설과 한반도 바깥설이 엇갈리고 있다.
재단은 상고사를 둘러싼 이 같은 대립을 넘어 접점을 찾겠다며 이달 중 두 차례 상고사 강연을 열고 5월에는 대규모 학술 토론회를 개최한다. 강연은 주류와 의견을 달리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했다. 12일 첫 강연은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했다. 단군조선을 실재가 아닌 신화로 보는 주류 학설을 반박해 온 학자다. 21일 강연은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의 '대고조선설'을 듣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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