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들이 16일 실시된 크림반도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귀속을 96% 이상 찬성으로 지지했다. 남은 것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전세계의 눈이 블라디미르 푸틴에 쏠리고 있다.
크림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완료 결과 96.6%의 주민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주민투표에는 약 153만명의 유권자중 83%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크림공화국은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 귀속에 관한 요청서를 작성한 후 크림의회 대표단을 통해 러시아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남은 절차는 러시아가 크림을 연방의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일이다. 러시아 의회는 크림 병합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을 태세다. 첫 단계는 21일 예정된 러시아 하원 심의다. 이어 상원의 승인,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러시아 상·하원은 이미 수 차례 밝혀온 대로 크림 병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 푸틴 대통령의 승인이 남아 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의 주민투표가 합법이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크림이 원하는 대로 그 땅을 러시아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도 적지 않다. 병합 강행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향한 전면전 선포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신냉전을 부른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는 것은 푸틴으로서는 적지 않은 정치ㆍ외교적 부담이다.
당장 투표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크림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 위반”이라며 “(투표 결과를)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서구는 대러시아 경제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크림 병합은 친러시아 성향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부추겨 자칫 내전을 촉발할 우려도 있다. 접경국의 혼란은 정치 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통합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크림 병합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에 우선 중요한 것은 크림에 대한 영향력 유지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친서구화 저지이지 크림반도 병합 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다.
하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 푸틴은 크림 군사개입 등을 통해 국내 지지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2018년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애국주의’ 열기를 북돋우는데 크림을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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