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신라 고분에서 깨어난 상서로운 새가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몸통은 붉고 날개와 꼬리 쪽에 화염이 일렁인다. 도넛 모양으로 연결한 여섯 조각의 자작나무 껍질에 각각 한 마리씩 그려 넣었다. 얼핏 보면 고구려 고분벽화의 주작을 닮았지만, 머리 모양이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새 같고 어떤 것은 토끼 같고 어떤 것은 사람 얼굴 같다.
이 '백화수피제 서조문 채화판'(자작나무 껍질에 상서로운 새 문양을 그려 넣은 채색그림판)은 국립경주박물관이 18일 개막하는 천마총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에서 처음 공개하는 유물 중 하나다. 1973년 발굴 이후 처음으로 천마총의 거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았다. 유명한 천마도와 금관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 전부와, 그 동안 보존을 위해 수장고에 두고 전시하지 않던 것까지 나온다. 전시품 136건 1,600여 점 중 절반 가량이 최초 공개다. 말 탄 사람 문양이 그려진 또다른 백화수피제 채화판, 보존 처리를 하던 중 새로 확인돼 최근 언론에 공개된 천마도 말다래 2점(백화수피제, 금동투조판)도 볼 수 있다. 채화판과 천마도는 신라 회화 유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 귀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다가 재발견한 유물도 많다. 기꽂이(깃발에 꽂는 장식)로 확인된 금속제 유물은 그 동안 용도를 몰랐던 것이다. 금입사 큰칼의 문양은 녹에 덮여 보이지 않던 것인데, 보존 처리를 위해 녹을 벗기자 금실로 박은 넝쿨과 연꽃 봉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동판에 사람 문양을 투조한 말 안장 앞가리개, 뚜껑을 따라 둥글게 금제 영락이 달린 토기 항아리 등은 독특해서 흥미롭다. 사람 문양 투조나 금제 달개로 치장한 토기는 유례가 없다.
이번 전시는 6월 22일까지 한다. 단 채화판과 천마도는 금속유물에 비해 훼손되기 쉬운 회화작품임을 고려해 전시장 조도를 80룩스 이하로 낮추고 전시 기간도 3회(3월 18일~4월 6일, 4월 29일~5월 18일, 6월 3일~6월 22일)로 제한했다. 경주 전시를 마치면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옮겨 7월 24일부터 10월 5일까지 선보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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