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왔는데 우승해야죠.”
정규리그 순위는 달랐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곳은 같았다. NH농협 2013~14 V리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남녀 프로배구 사령탑들이 저마다 우승을 자신했다. 감독 및 대표 선수들은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트로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은 20일 여자부 GS칼텍스-KGC인삼공사, 21일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를 시작으로 막을 연다.
남자부의 화두는 삼성화재의 7연패를 어떻게 저지하는지 여부였다. 상대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챔프전에 선착해 있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우승 맛을 잘 알기 때문에 알아서 우승하려고 할 것이다”라며 “기본에 충실해 준비하다 보면 필승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올라오던지 3경기를 모두 3-2로 치르고 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삼성화재에 밀려 아쉽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설욕을 다짐했다. 김 감독은 “감독하면서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힘들게 올라왔으니 우승에 대한 생각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감독 대행 체제로 준우승을 차지했던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참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그 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통합 2연패를 노리는 이정철 IBK기업은행이 우승을 자신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배구를 했고 김희진, 박정아 등 국내 선수들이 성장했다”며 “기업은행은 우승 자격이 있는 팀이다”고 말했다.
2년 연속 기업은행에 밀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준우승에 대한 설움을 거론하며 정상 탈환을 다짐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의 한과 설움을 견디며 선수들이 1년 동안 정말 혹독하게 훈련했다”며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서 정규리그 3위로 반전을 이뤄낸 이성희 KGC인삼공사 감독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라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신나는 배구를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에 대한 이색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은 “우승 한다면 감독님께 아이스박스를 부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1년 동안 고생도 많이 하셨고 열을 많이 받으셨으니 식혀드릴 필요가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선구 감독은 “우승만 한다면 2개월 간 휴가를 주겠다”고 밝히자 옆에 있던 한송이(GS칼텍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송이는 “무조건 우승 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이정철 감독은 “원래 3주 이상 휴가를 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김희진(기업은행)은 “선수들은 긴 휴가를 원한다”고 말해 이 감독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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