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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은닉 걸리면 벌금에 징역형" 재미 한인들 '영주권 포기' 문의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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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은닉 걸리면 벌금에 징역형" 재미 한인들 '영주권 포기' 문의 쇄도

입력
2014.03.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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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랑 처벌이 무서워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려 합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요즘 시중은행 자산관리사업부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재미동포나 미국 유학생 부모 등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7월 1일부터 미국의 해외금융계좌납세법(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이 국내에 있는 미국 납세자(시민권ㆍ영주권자) 계좌에도 적용되기 때문. 한 은행 PB센터 팀장은 "영주권을 포기한 고객이 지난해에 4명 있었는데, 법 발효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FATCA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는 이름, 계좌번호, 주소 등 자신이 보유한 미국 납세자의 계좌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한국 금융기관에 개설한 계좌를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미국 납세자는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FATCA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법이다. 미국 정부가 역외탈세를 막으려 도입한 법으로 각국 금융회사는 자기 나라 지점에 있는 잔액 5만달러 이상 계좌의 주인이 미국 납세자인지 아닌지 보고해야 한다. 이를 어긴 금융기관은 미국 내에서 얻는 소득의 30%를 원천징수 당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FATCA를 따를 수 밖에 없다. 국내 금융회사는 별 문제가 없다. FATCA 시행 소식은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있어, 이미 관련 전산망을 구축하는 등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정작 불안에 떠는 사람은 한국 금융회사에 계좌가 있는 재미동포들이다. 이들은 연 0.5%를 밑도는 미국의 초저금리를 피해 한국 금융회사에 예금을 하면서 대부분 이를 미 세무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 세무당국이 한국 내 미국 납세자들의 재산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세협약에 따라 한국 국세청이 세금 원천징수 관련 정보를 매년 미국 당국에 알려주지만 정보가 빈약하다. 예컨대 예금주 이름만으로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홍길동씨가 미국에 사는 로버트 홍(Robert Hong)과 같은 사람이란 것을 증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FATCA 시행으로 한국 내 금융회사의 관련 계좌 정보가 미국 국세청에 넘어가게 돼 적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 해외계좌신고법(FBAR와 FFAR)에 따라 해외계좌 신고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납세자는 계좌당 최소 1만달러에서 최대 50만달러 이하 벌금이나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일부러 안 신고했거나 불법을 저질렀을 경우 처벌이 더 강해진다. 처벌 대상은 FBAR의 경우 잔고가 한 번이라도 1만 달러를 넘은 계좌의 주인이고, FFAR은 잔고가 연말 기준 5만 달러이거나 한 번이라도 7만5,000달러를 넘은 계좌의 주인이다.

정지열 외환은행 준법지원부 차장은"미국은 탈세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해외 계좌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 파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 차장은 "다만 기준이 가혹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숨긴 재산이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징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주립대학은 외국인에게 학비를 비싸게 청구하기 때문에 자녀와 학부모가 함께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유학을 마치고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왔더라도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미국 납세자이기 때문에 자칫 한국 내 계좌 때문에 미국 세무당국으로부터 세금 폭탄과 함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뾰족한 회피수단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미국 정부는 미신고 해외계좌를 자진신고 하는 제도(OVDP)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OVDP도 형사처벌만 면제해줄 뿐 과징금이 최근 8년간 최고 잔액의 27.5%에 달한다.

최근 5년간 미국 내 세금납부 실적이 연간 1억원대를 넘는 거부 재미동포는 미국 국적포기도 어렵다. 거액 자산가들이 국적포기를 신청할 경우 신청자가 전세계에 보유한 전체 재산의 30%를 국적포기세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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