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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시스타 향한 도전,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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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시스타 향한 도전, 절반의 성공"

입력
2014.03.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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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주 영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의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본사인 '스페이스 닷 원(Space.1)' 바로 옆에는 4월 문을 열 '스페이스 닷 투(Space.2)'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음 관계자는 "본사 2관 역할을 할 닷투가 문을 열면 전체 직원 2,500여 명 중 절반이 제주에서 일하게 된다"며 "2004년 4월 제주에 첫 발을 내디딘 지 만 10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이 수도권 기업의 첫 제주 이전이라는 파격 실험을 시도한 지 10년. 2000년대 초 다음 창업주인 이재웅 대표는 오전8시 회의에 지각한 신입사원으로부터 "출근만 2시간 이상 걸리는데 첫 차가 오전6시여서 출근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출퇴근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지방으로 옮겨서 받는 혜택을 복지에 투자하면 근무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지방이전을 맘 먹었다고 한다.

당시 대형 IT 기업의 지방이전 소식에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인터넷 기업의 사업 영역은 거리 제한이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육지대신 제주로 결정했다.

2004년 3월 다음은 제주도, 제주시, 제주대와 본사 이전을 위한 '제주 프로젝트 추진 협약'을 맺고, 인터넷지능화연구소 소속 16명이 선발대로 짐을 쌌다. 이어 2006년 2월 제주시 오등동에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GMC)를 지었고, 2009년 3월엔 주주총회에서 아예 본사를 제주로 옮기기로 의결했다. 3년의 공사 끝에 2012년 4월 본사가 닷 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GMC는 서비스 센터로 변신했다.

사실 다음의 목표는 제주를 '한국의 시스타'로 만드는 것이었다. 시스타는 '북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첨단클러스터다. 원래는 군사지역이었는데 1970년대 후반 스웨덴의 세계적 전자회사인 에릭슨이 연구소를 옮기고 미국IBM, 핀란드 노키아 등이 뒤따르면서 IT 연구개발 단지로 탈바꿈했다.

실제 다음이 온 뒤 제주는 IT도시로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 얻기에 좋은 환경, 풍성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이 알려지면서 넥슨의 지주회사 NXC,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 모뉴엘 등 90개 가까운 기업들이 제주로 이사 했거나 추진 중이다. 현지 채용 규모도 총 2,500명에 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 서비스, 농어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를 탈바꿈하기 위해 수도권 기업 유치를 추진했지만 중앙 정부나 기업들은 가능성이 낮다며 시큰둥했다"며 "그러나 다음이 옮기자 상황은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주 초 제주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주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다음이 제주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생활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91.3%에 달했다. 다음 관계자는 "제주 근무가 좋아 입사하는 이들도 많다"고 할 정도이다.

찜찜한 건 다음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 물론 실적 부진과 제주 이전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 때문에 제주 이전의 도전이 빛을 바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음의 매출액은 2004년 1,834억원에서 지난해 5,021억원으로 제주 이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모바일이라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뒤늦게 게임, 광고 등 새 아이템에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 붓다 보니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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