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32)씨는 2년 전 직장 근처 26㎡(8평형)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방을 새로 꾸몄다. 주말이면 목재 패널로 옷장을 만들었고, 노란 비닐장판을 걷어내고 강화마루를 직접 깔았다. 몇 개월 고생했지만 만족도는 높다. "제 집을 본 친구들은 인테리어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봐요. 벌써 바닥 공사를 한 친구들도 있고요." 최씨의 집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자취방을 스스로 고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교와 직장에 따라 전월세 방을 옮기는 청년 1인 가구들에게 '인테리어는 사치'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공간'을 위해, '혼자서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는 거창한 공사 없이, 20만원 정도로 시작할 수 있다. 첫 단계는 이불 바꾸기. 자취방에서 가장 큰 가구가 침대인데, 이불이 알록달록하면 시선이 분산돼 방이 어지럽고 좁아 보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웹진 '루머스'의 옥수정(31) 대표는 "이불은 흰색, 청색, 회색 등 깔끔한 단색으로 하고 쿠션 등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좁은 방은 침대 대신 매트리스만 깔고 가구를 낮게 배치하면 넓어 보인다. 단색 커튼을 배경색으로 삼고 온라인에서 2만원대에 살 수 있는 따뜻한 색상의 조명을 배치하는 것도 좋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형광등 불빛으로 밋밋하고 차갑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다음 단계가 벽과 싱크대 페인트칠, 장판 교체 등 본격적인 공사인데, 여기서부터는 집주인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자취생활 12년차 최고요(31ㆍ루머스 디렉터)씨는 "방을 마음대로 꾸며 보려고 일부러 낡은 집을 구했다"며 "바닥 장판을 교체할 때는 집 주인과 상의해 월세를 조금 깎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 집도 아니고 혼자 사는 곳에 이렇게 돈과 노력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만족감'을 첫 손에 꼽았다. 최종원씨는 "동선과 색상, 디자인 등을 모두 나에게 맞춰 꾸민 자취방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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