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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살인… 왜?

입력
2014.03.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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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새벽 박모(61)씨는 대전 서구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이웃 주민(41)에게 수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는 살인을 저지른 지 약 1시간 뒤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사소한 시비가 살인이나 살인 미수로 확대되는 사건이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한달 사이 사소한 이유가 발단이 된 살인 등 강력범죄가 전국에서 10건 이상 발생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충동적 강력 범죄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12일 서울 마포구에서는 부부싸움을 벌인 뒤 이웃 가게 주인에게 화풀이로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구속됐고, 지난달 27일 경남 진주시에서는 한 근로자가 작업현장에서 이탈한 사실을 작업반장에게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동료에게 중상을 입혔다. 같은 달 25일 전북 진안군에서 동거남을 흉기로 살해한 마모(60)씨의 경우 자신의 외도를 의심했다는 게 살해 동기였다.

이런 범죄들에 대해 이웅형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은 대부분 '감정이 욱해서' 발생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살인 사건의 경향을 보면 그 정도가 민감해졌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허술한 사회 안전망 등으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 범죄의 단초라는 분석이 있다. 황지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긴장과 실업률 상승 등 구조적 모순에 따라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소한 말다툼에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충동조절장애의 한 증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과장은 "충동을 조절하고 해결하려는 능력이 떨어지는 충동조절장애는 최근 외래 환자들에게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면 접촉을 통해 화가 나도 조절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야 몸에 학습이 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합리적으로 찾아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립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상담부터 지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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