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양식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적조를 올해부터는 발생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가 적조 예보 시스템 시범연구 주관 기관으로 선정한 서울대가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를 맡은 정해진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적조 발생 1주일 정도 전에 어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안을 덮치는 대표적인 적조생물은 코클로디니움이다. 육지에서 약 10km 떨어진 바다에서 먼저 생긴 뒤 서서히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가까운 해안으로 이동해온다. 처음에는 몇 안 되다 몸이 둘로 나뉘는 이분법으로 번식하며 급격하게 수가 는다. 바닷물 1cc당 코클로디니움이 200~300개가 되면 띠를 형성하며 맨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이 정도 규모가 돼야 주의보가 발령된다. 1cc당 1,000개 이상이면 경보다.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됐을 땐 이미 적조가 확 퍼지고 난 이후기 때문에 어민들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는 적조가 자주 생기는 해양 환경과 적조의 생태적 특성 등을 조사해 해마다 태풍 예보하듯 적조 발생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모델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런 수치모델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린다. 하루빨리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번 시범연구에선 수치모델 대신 어떤 조건일 때 적조가 어떻게 발생할 거라는 시나리오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코클로디니움의 특성과 과거 적조 발생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4월 말까지 시나리오 초본을 만들고, 5월부터는 직접 바닷물을 채취해 조사한 해양 환경 조건을 시나리오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코클로디니움은 다른 적조에 비해 번식이 느린 편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분열한다. 10개였던 코클로디니움이 이틀 지나면 20개가 되고, 나흘이 지나면 40개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특성을 적용하면 적조가 언제쯤 피해를 미칠 만한 규모로 확산될지도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 여름부터 초기 단계의 적조 예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조 하면 아주 하등한 생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난 1억~2억년 동안 적조가 환경에 적응해온 속도와 방식은 고등생물 못지않게 뛰어나다. 덕분에 수천 종이 세계 곳곳에 퍼졌고, 남극 같은 극한 추위까지도 견디며 번식력을 뽐내고 있다. 다른 많은 적조가 질소와 인 같은 영양성분이 많은(부영양화) 해역을 선호하는 데 비해 코클로디니움은 특이하게도 육지에서 떨어진 청정 지역에서 발생한다. 부영양 해역에 있다간 번식 속도가 빠른 다른 적조와의 경쟁에서 밀릴 게 뻔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적합한 환경을 찾은 것이다. 정 교수는 "코클로디니움은 낮에는 해수면 가까이에서 햇빛을 받고, 밤에는 해저로 내려가 해양생물의 사체에서 나온 영양분을 흡수한다. 플랑크톤이나 세균을 잡아먹는 동물성 성질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적조는 사람보다 유전정보가 약 100배나 많다. 정 교수는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서열이 사람은 약 30억개인데, 적조는 3,000억개"라며 "작지만 아주 복잡하고 영리한 생물"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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