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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엄마가 둘인 아이,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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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엄마가 둘인 아이, 가능해질까

입력
2014.03.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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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 싶은데, 내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이건 틀림없이 내 아이에게 유전된다. 이 돌연변이가 내게서는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기증받아 내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그렇게 임신하면 태어난 아이의 일부 유전자가 다른 여자의 것이 된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눈 딱 감고 시도할까. 하지만 그 여자가 자신도 미토콘드리아를 줬으니 내 아이의 엄마 자격이 있다고 나서면 어쩌나.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아이를 위해 옳은 길일까."

물론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인류의 목전에 바짝 다가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 속의 임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게놈 대체 치료법(MGRT)'이다. MGRT를 적용하면 간절히 원하던 임신을 할 수 있고, 태어난 아이의 건강도 예약할 순 있지만, 그 아이는 부모가 3명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평생 유전자 변형(GM) 인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지도 모른다. 영국과 미국에서 MGRT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허용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기술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사회의 수용 여부"라고 말한다.

엄마에게서만 받는 유전자

세포 안(세포질)에 있으면서 음식 섭취로 들어온 영양분을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참 희한한 기관이다. 자기만의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다. 인체의 다른 모든 유전자가 세포의 핵 안에 들어 있는데 말이다. 오랜 옛날 원시 생명체였던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로 들어와 공생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제공하는 대신 유전자를 가진 상위 생명체로 진화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 역시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만나 수정이 이뤄지면 정자 미토콘드리아는 수가 적어 열세에 몰리면서 결국 분해돼버린다. 그래서 수정란이 자라 태아가 되면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것만 남는다. 태아의 미토콘드리아 속 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게(모계 유전) 되는 것이다.

어머니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하면 아무 상관이 없다. 문제는 드물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다. 세계 인구 5,000~1만명 중 1명꼴로 이런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중에는 건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돌연변이도 있지만, 반대로 당뇨병이나 치매, 뇌졸중, 그리고 또 다른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는 것도 있다.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특성 때문에 이곳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다른 부위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나 심장, 근육 쪽에 주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킨다. 태어날 때 이미 미토콘드리아병으로 진단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동물에선 이미 성공

맞는 약이 아직 없는 미토콘드리아병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MGRT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꺼내 다른 여성에게 기증받아 핵을 제거한 건강한 난자에 넣은 다음 이를 정자와 수정시켜 자궁에 착상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체에서 세포핵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비율은 대략 99.9:0.1이다. MGRT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따라서 유전자의 99.9%는 부모에게서, 나머지 0.1%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에게서 받게 된다. 기증 난자에서 유전자가 들어 있는 핵은 제거했지만, 핵 밖(세포질)에 미토콘드리아가 남아 있어 이 유전자가 태아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비슷한 시도가 1990년대에 미국에서 이미 이뤄졌다. 한 불임 클리닉에서 불임 여성의 난자에 기증 받은 건강한 난자의 세포질을 주입한 것이다. 이를 수정시켜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와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를 모두 갖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10여 명의 아기가 출생했는데, 대부분 유전자 이상이나 발달장애 증상을 보였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 기술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동률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두 여성의 미토콘드리아가 한 세포 안에 섞여 있으면 발생 과정 중에 심각한 병을 만든다는 사실이 최근 학계에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이상이 생길 가능성과 난자 기증의 윤리적 문제 때문에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도 MGRT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인간의 유전자를 태어나기 전에 미리 변형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제공한 여성의 친권은 어디까지인지 등의 논란도 MGRT의 상용화가 아직 금지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그 동안 MGRT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다. 어머니 난자의 핵만 기증 난자에 넣는 방식으로 어머니와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가 수정란에 모두 들어가는 문제도 해결했다. 최근에는 생쥐와 원숭이 등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MGRT 시도까지 성공했다.

"사람 임상시험 해보자"

미국과 유럽의 몇몇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병 치료를 위해 이제는 MGRT 기술의 사람 임상시험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태아에게 생길 수 있는 생물학적 문제를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을 만큼 MGRT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는 이유를 든다. 사실 과학자들의 목적은 단지 미토콘드리아병 치료에 그치지 않는다. 진짜 목적은 훨씬 더 시장이 넓은 불임 치료다. 검사에선 별 문제가 없는데 아기가 안 생기는 여성들이 건강한 난자를 기증 받아 자신의 난자 핵을 넣어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키면 임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활용된다면 MGRT 기술의 혜택을 받을 사람은 더욱 많아진다.

영국은 최근 MGRT 시험관아기 기술을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회가 오는 7월 이를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를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역시 식품의약국(FDA)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기술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와 규제 방안 등을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 듯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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