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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17일] 한일 관계의 미묘한 변화 신호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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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3월 17일] 한일 관계의 미묘한 변화 신호에 주목한다

입력
2014.03.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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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담화를 수정하게 않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박근혜 대통령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짤막한 언급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아베 총리는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를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다"며 "고노 담화를 수정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고노 담화 작성과정을 검증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고노 담화 수정을 위한 절차로 비치기 쉬웠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 동안에도 수정이 아닌 계승이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직접 고노 담화의 계승 방침을 확인한 것이 의미라면 의미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미 국무부가 "환영한다, 긍정적 진전으로 간주한다"고 논평했고, 거의 동시에 박 대통령의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양국의 외교 행보가 최근 부쩍 빈번해졌다. 지난달 일본 외무성 국장의 방한에 이어 며칠 전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차관이 서울을 찾았다. 박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양국 차관급 접촉은 마땅한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고위급 접촉 자체만도 최근의 양국 관계에 비추면 이례적이다. 최윤희 합참의장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일본과 발전적으로 안보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해 온 미국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일련의 흐름은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양국, 또는 한미일 3국 정상의 만남을 점치게 한다.

한일 양국 정상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개인적 소회 표명에 따른 듯하다. 아베 총리는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이 점에 대한 마음은 저도 역대 총리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개인적 성향에 비추면, 외교적 조정 흔적이 짙다. 양국 정상이 1년 넘게 서로를 외면하는 비정상을 바로잡는 작은 출발점은 될 만하다. 긍정적 변화는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기를 양국 정부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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