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자 곽준현 교수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펴내"시민이 지배받지 않으려할때 나라는 굳건해지고 강력해져적극적 정치참여로 사회변화 꿈… 혁신적 사상가의 교훈 되새겨야갈등은 비록 불가피하지만 해법 찾으며 변혁 일구는 측면도꿈꾸는 보수·현실 직시 진보… 거듭 태어나야 절망이 희망으로"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편견 속에 가려졌던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원한다."
정치철학자 곽준현 교수(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공동소장)가 (민음사 발행)를 쓴 목적이다. 마키아벨리의 탈고 500주년이던 지난해 읽기> 를 통해 이 유명한(악명 높은) 저작이 그동안 어떻게 오독됐는지 밝힌 데 이어 이번 책은 마키아벨리 정치사상의 본질과 현재적 의미를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지금 한국 사회가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전작에서 저자는 을 '군주의 교본'이 아니라 '시민의 교본'으로 읽을 것을 주장했다. 이런 시각에서 본 마키아벨리는 냉혹할 만큼 차분한 '정치적 현실주의자'일 뿐, 목적을 위해서라면 폭력과 권모술수도 마다치 않는 군주가 되라고 부추기는 '악의 교사'가 아니다. 도덕을 앞세운 위선을 거부하는 현실주의자이되, 동시에 '희망 없는 현실주의의 잔인함'을 거부하고 시민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통해 변화를 꿈꾼 혁신적 사상가다.
이번 책은 '꿈꾸는 현실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 정치사상의 핵심을 '비지배 자유'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있다. 비지배 자유는 '타인의 자의적 지배를 받지 않으려는 욕구'를 가리킨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정치의 목표는 지배가 아니라 비지배라야 한다. "시민 또는 다수는 지배하려 하기보다 지배받지 않으려 할 때 가장 건강하고(그래야 시민적 자유와 시민적 품위가 함께 보장될 수 있다), 가진 자와 소수는 다수 또는 시민이 지배받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에 헌신할 때(그러기 위해 파당적 이익을 넘어서야 한다) 가장 훌륭하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시민의 자유가 강력한 나라를 만드는 열쇠라고 봤기 때문에 갈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갈등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잘 제도화된다면 정치공동체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사랑한 조국 피렌체는 당시 파당적 정쟁과 절망적 대치 속에 있어서 다들 차분한 베네치아를 선호했지만, 그는 오히려 "갈등은 아름답다"고 외치면서 갈등을 통한 변화를 지지했다. 그에게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힘이 '비지배 자유'에 대한 열망이다. 마키아벨리는 왜 어떤 갈등은 파국을 부르고 어떤 갈등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낳는지 살펴 갈등의 순기능을 강화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제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현재적 의미를 검토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 정치의 문제로 정치철학의 빈곤과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꿈꾸는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의 혜안에서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그가 보기에 지금 한국의 보수는 꿈을 잃었고, 진보는 삶을 외면한다. 보수와 진보의 잣대로 낙인부터 찍고 보는 풍토가 사회를 휩쓸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시민은 갈수록 개인으로 고립되는 가운데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따르자면, 보수는 꿈꾸고 진보는 보살필 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영국 루틀리지출판사가 총 10권으로 펴내는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정치이론' 총서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나올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마키아벨리'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려, 동아시아 맥락에서 마키아벨리가 어떻게 해석돼 왔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검토했다. 이 총서에는 세계 각국 1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첫 번째 책이 나왔고, 올해는 애국심과 공화주의를 각각 다룬 2권이 나올 예정이다.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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