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이가 하나 더 있어요."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코 바로 아래, 인중에요." 치아 엑스레이를 여러 번 찍어봤지만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인중이라면 앞니 쪽이 아닌가. 나는 벼르고 벼르다가 저 안쪽 잇몸 깊이 숨어있는 사랑니를 빼려고 치과를 찾은 터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육손이 같은 거랄까요? 손가락이 여섯 개 있는 사람처럼, 환자분은 앞니가 잇몸 속에 하나 더 있는 거죠." 내가 당황해 하자 의사는 대수로워할 것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숨어있는 건데 어때요? 신경 쓰이거나 불편하면 구강외과 있는 큰 병원 가서 수술을 하시든가요. 어차피 그 사랑니도 이런 동네병원에서는 못 뽑아요." 병원을 나와 길을 걸으며 나는 손끝으로 계속 인중을 만지작거렸다. 그냥 두어야 하나… 빼야 하나… 문득 '인중을 긁적거리며'라는 S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탈무드에 전해지는 한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시. 천사가 엄마 뱃속의 아기를 방문해 전생을 잊도록 쉿, 하며 입술과 코 사이에 손가락을 댄 자국이 '인중'이라던가. 그러면 인중 쪽 잇몸 속에 숨어 있다는 내 여분의 이는 천사의 손톱쯤이라 여겨 버릴까. 천사의 손톱이라면 몸 속에 하나쯤 간직하고 있어도 나쁠 게 없겠지. 피식 웃음이 났다. 큰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별 억지를 다 부린다. 입술을 까뒤집고 잇몸을 째고 이를 끄집어낼 생각을 하니 무서워져서 말이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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