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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뒤에 숨은 정보기관의 추악함에 날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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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뒤에 숨은 정보기관의 추악함에 날선 비판

입력
2014.03.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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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관광명소 중 한 곳인 버로우 마켓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1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에 세계의 눈이 쏠린다. 영국 경찰은 터키계 테러용의자를 검거하고 법정에 넘기는데 담당 변호인이 돌연 투신자살을 한다. 야심만만한 변호사 마틴(에릭 바나)이 대신 사건을 떠안는데 곧 난감한 상황에 처했음을 그는 깨닫는다. 자신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었던 클로디아(레베카 홀)가 비공개 변론을 따로 담당하는 특별 변호인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마틴과 클로디아는 곧 사건에 의문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시에 그들을 향해 정부기관의 감시와 외압이 이어진다. 둘이 소통해야만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서로 말도 나눠서는 안 되는 처지다. 두 사람은 테러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의무감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외부세력의 위협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화 '프라이버시'는 21세기 감시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국가안보와 사회 안정을 내세워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정보기관이 현대사회에 드리운 짙은 어둠을 비춘다. 영화의 비판은 온당하나 그다지 새롭진 않다. 영화 속 정보기관이 권력을 남용하는 방식도 이미 많이 봐온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마틴과 클로디아의 부적절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에 꽤 많이 의존한다.

영화 속 정보기관 요원들은 민간인 살인 등 월권행위를 하며 "우리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목숨 걸고 일하는데"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정당성을 얻게 되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지 영화는 그렇게 비꼰다.

원제는 'Closed Circuit'다. 폐쇄회로(CC)TV를 뜻하면서도 비공개 재판을 의미한다.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하며 비공개 활동을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정보기관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영화의 전개 방식이나 소재는 좀 진부하나 현재적 울림이 있다. 영화는 정보기관의 권력남용이 전지구적 현상임을 암시한다.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진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감독은 '보이 A'(2007)의 존 크로울리.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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