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은 '산천어의 고장'이다. 2003년 불과 1억1,000만원의 예산을 갖고 시작한 '산천어 축제'는 10년 만에 국내외 13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이벤트가 됐다. 이를 통한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는 8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은 이 축제를 '세계 7대 불가사의'라 극찬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축제협회(IFEA)의 세계축제도시에 선정됐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축제와 일본 삿포로 눈 축제, 캐나다 윈터 카니발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해외 언론으로부터 받고 있다.
농지 면적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인구가 2만5,000여 명에 불과한 초미니 자치단체가 청정자연을 활용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민물고기 산천어는 화천의 상징이 됐다.
정갑철(68) 화천군수는 "화천은 3개 육군 사단이 주둔한 접경지여서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 마다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왔다"며 "여기에 각종 규제가 많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낸 것이 청정환경에 서식하는 산천어를 이용한 낚시 축제였다"고 이벤트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산천어 축제는 해가 갈수록 진화해 관광객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단순히 얼음낚시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빙등광장과 선등거리, 미켈란젤로전, 3D 세계명화 상영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정 군수는 "산(山)과 천(川), 어(漁)가 가진 의미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볼거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게 한 마케팅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광객들이 낸 축제장 입장료의 일정액을 화천군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열매를 최대한 많은 주민이 나눠 갖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그는 화천을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었다.
여름에 열리는 쪽배 축제와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를 벤치마킹한 토마토 축제 역시 이름난 행사다. 모두 지역주민이 중심이 돼 축제를 치르는 것이 특징이다. 강과 호수 등 물이 많은 지역 특성과 화악산 고랭지 토마토 등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활용 가능한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한 전략이다.
국민 애창곡인 가곡 '비목'이 탄생한 백암산 기슭에서 매년 6월 열리는 비목문화제 등 접경지의 특성을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정 군수와 화천군이 내놓은 '히트상품'이다.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가곡의 발상지에서 평화통일의 염원을 소망하는 안보문화제를 열어 화천이 '세계 평화도시'임을 국내외에 알렸다.
정 군수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닌 테마가 있는 행사를 기획해 관광객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이벤트를 기획해야 한다"며 "화천이 가진 맑은 물과 푸른 산은 전세계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좋은 축제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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