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개발규제완화정책에 따라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해 소요 기간을 최대 60일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환경피해를 입게 될 주민들의 의견수렴과정을 축소한 것이어서 환경영향평가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14일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환경영향평가법 일부개정안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주민의견 수렴을 했다면 환경영향평가 때는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했다. 사업자의 이중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주민의견수렴 과정에는 20~60일이 걸린다.
그러나 환경피해를 예측하기 어려운 개발계획단계에서의 주민의견 수렴만으로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 배보람 정책팀장은 "주민의견 수렴은 단순히 거주민의 의견을 들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에게 미칠 환경피해와 그에 대한 저감방안 마련을 고민하는 과정"이라며 "밀양 송전탑 공사 등 마찰이 예상되는 개발사업이 많은데 이를 추진하면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건 결국 개발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을 때 환경부가 내리는 보완ㆍ조정 요구를 두 번으로 한정한 조항도 논란이다. 이전에는 횟수를 제한하지 않았다. 앞서 환경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활강경기장 건설예정지인 강원 정선의 가리왕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복원계획 등 환경영향 저감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자인 강원도에 세 차례나 보완지시를 내린 바 있다.
배 팀장은 "개정안이 확정되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며 "적절한 규제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궈내야 할 환경부가 덩달아 규제완화에 나서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40일간 입법예고 한 이후 규제심사와 국회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