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르고 있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달부터 은행은 10억원 이상 금융 사고 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은행이 1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래처 등에 제공할 경우에도 이를 공시해야 한다. 불필요한 은행 업무보고서는 폐지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에 따라 금융사고 수시 공시 기준을 강화하는'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14일 밝혔다. 금융사들이 금융사고를 숨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선 금융사고 수시공시 대상이 피해 예상액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인 경우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전월 말 자기자본 총계의 1%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에만 공시하도록 돼 있었다. 대형 금융사의 경우 1,000억원대의 금융사고를 낼 때만 공시 의무가 있을 뿐이어서, 금융당국에만 보고하고 제재를 받을 때까지 사고 사실을 숨기는 게 가능했다.
일례로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적발된 도쿄지점 비자금 규모만 수십억원이지만 공시 대상에서 빠져 있다. 100억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 횡령 사건이나 하나은행의 KT ENS 대출 사기건 등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작 고객은 자신이 이용하는 금융사에 사고가 난 줄도 모른 채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는 사실상 거의 모든 금융 사고를 공개하도록 했다"며 "금융사들이 더욱 긴장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은행이 법인이나 단체 등 거래 상대방에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내달부터 공개된다. 은행이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대학병원의 주거래 은행으로 지정되기 위해 과다경쟁을 벌이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일례로 은행들은 최근 4월로 예정된 26조원 규모 서울시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많게는 2,000억원 규모의 사회협력비를 시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유치 등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며 "이익 제공 규모를 공시토록 할 경우 과당 경쟁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업무 관련 상대방에게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전, 물품, 편익 등을 제공하면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공시를 통해 이익 제공 일자, 받은 사람, 제공 목적, 제공한 이익의 내용 및 경제적 가치까지 알려야 한다. 경제적 가치 산정 기준의 경우 금전은 해당액, 물품은 구입비용, 편익은 제공에 소요된 실비다.
대신 불필요한 은행 업무보고는 대폭 축소된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할 보고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 들였다. 당장 충당금 적립전 이익, 은행계정 자금조달 및 운영, 회원 조합 현황, 골드 뱅킹 부문 대차 대조표 등 18종의 보고서가 폐지된다. 신탁상품별 유동성 비율 등 18종은 보고서 양식도 개정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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