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통합 국면에서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노세력은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 등 창당 주도세력과 각을 세울 경우 '통합 반대 세력'이란 인상을 줄 수 있어 몸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신당 지도부 구성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지난 10일 민주당이 발표한 신당추진단 분과위원 14명 중 그나마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는 정강정책분과의 홍익표 홍종학 의원과 당헌당규분과의 민홍철 의원 정도다. 당 안팎에선 '친노 배제론'이 제기될 정도지만 정작 친노 의원들은 대응을 삼간 채 통합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한 친노 초선의원은 14일 "지금은 통합을 주도하는 지도부에 비판을 제기할 명분이 없다"며 "일단 지도부가 통합신당의 정강ㆍ정책과 당헌ㆍ당규 등을 어떻게 만들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강ㆍ정책은 당의 정체성, 당헌ㆍ당규는 지도체제를 담는다는 점에서, 친노세력이 6ㆍ4 지방선거 이후 새 지도부를 구성할 때 선명성을 앞세워 재결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정중동' 행보도 감지되고 있다. 13일 오전 김한길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통합신당 창당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동안 10여명의 친노ㆍ486 출신 강경파 의원은 정청래 최민희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통합신당이 새정치를 주장했지만 내용이 없다"며 김한길ㆍ안철수 투톱 체제를 겨냥했다. 정청래 의원도 "통합신당 지지율이 고착, 하락하는 것은 지분 싸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고문과 정ㆍ최 의원이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는 아니지만 친노의 견제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최 의원은 반노(反盧)인사인 조경태 최고위원이 전날 "친노ㆍ종북 세력은 신당에 따라오지 말라"고 말한 데 대해 "걸핏하면 일부 보수언론과 발을 맞추어 당내ㆍ외 분란 발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통합을 앞두고 불협화음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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