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3일 상원 세출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우크라이나 사태의 상황을 의원들에 설명했다. 며칠 전 하원 에너지ㆍ상무위원회는 제너럴모터스(GM)의 늑장 리콜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 군사위는 25일 새뮤얼 라클리어 태평양군사령관과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현안이 있으면 미 의회는 당연히 즉각 청문회를 개최한다. 때문에 매일 수십 건의 청문회가 열린다.
우리는 어떤가. 청문회 한 번 열려고 하면,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난리법석이다. 특히 여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등 온갖 이유를 대며 개최불가 입장을 고수한다.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고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기본책무마저 망각하고 있다.
그런 사례가 많지만, 압권은 최근의 국회 정보위다.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의혹이 터져 검찰을 포함한 사법체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정보위는 문을 닫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강조했는데도 그렇다. 민주당이 이미 지난달 17일 상임위 개최 요구서를 접수시켰고, 그 이후 8번이나 촉구했으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 의회는 자동차 늑장 리콜 문제마저 청문회를 열어 추궁하는데, 우리 국회는 서 위원장 한 사람 때문에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도 자신이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상정되지 않으면 회의를 열 수 없다고 몽니를 부렸다. 그 결과 정보위는 석 달 동안 문이 닫혀 있었다.
이번 국정원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제12조4항), 무죄추정의 원칙(제27조)을 어기고 무리한 수사를 한데다 증거조작 의혹까지 제기된 중대한 사건이다. 청문회도 아니고 이 사건을 다루기 위한 상임위조차 열지 못한다면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서 위원장이 앞장서 개최를 방해하고 있다면 사퇴토록 하는 게 마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