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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먹고 고통 뱉어낸 자본주의, 그 끝은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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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먹고 고통 뱉어낸 자본주의, 그 끝은 파국?

입력
2014.03.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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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기아·빈곤·테러·환경파괴… 수백년 간 인류 괴롭힌 자본주의 병폐그 역사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파헤쳐… 암울한 미래를 변화시킬 해법을 모색

400년 가까이 지구에 뿌리 내린 자본주의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는 선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대부분의 문제를 유발했다는 점에서는 악이다. 족쇄처럼 70억 인구를 조이는 인구폭증과 기아와 빈곤, 환경파괴와 질병의 확산, 종족갈등과 테러리즘 등 인류가 당면한 재앙들이 자본주의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조직력이 굳건해지고 수정이 더해져도 이러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자본주의란 이름의 유전자에 처음부터 담겨있었듯, 세대를 거쳐 끊임없이 대물림하는 병폐들을 인류는 어째서 떨치지 못하는 것일까.

이 거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매뉴얼 월러스틴을 중심으로 한 '세계체계론'의 입장에서 인류학적 관점으로 자본주의의를 파헤친 책 가 1998년 초판 출간 후 국내에서 처음 출판됐다. 뉴욕주립대 인류학과 석좌교수인 리처드 로빈스가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한 토론을 기반으로 만든 이 저작은 소비와 노동자, 그리고 자본가의 생성부터 다양한 반체제운동의 발달까지 총 13장에 걸쳐 자본주의를 조망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무역과 상품 소비가 더 나은 삶을 위한 궁극적 원천이라는 사상을 끊임없이 유포해온 문화가 전 세계로 퍼졌다"며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자라온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체계로 굳어졌음을 강조한다. 그는 다음 문장에서 곧바로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서 불평등과 대량 아사 등 여러 문제가 함께 나타났다"며 현재 인류를 괴롭히는 병폐들이 자본주의에서 기인했음을 덧붙인다.

저자는 서유럽에서 꽃피고 미국에서 열매 맺은 자본주의 문화가 이른바 '세계체계'를 창조하며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결과적으로 세계를 부국과 빈국 혹은 부유한 중심부의 산업화 지역과 그에 종속된 주변부 비산업화 지역으로 분리했다는 가정을 제시한다.

책은 자본주의가 가져온 세계문제의 시발점으로 소비주의를 지목한다. 새뮤얼 스트라우스는 "인류가 더욱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데 전념케 하고, 다른 어떤 가치보다 생활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철학"이라고 소비주의를 규정한다. 이 소비주의는 인류가 생활수준의 유지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지적ㆍ도덕적 양보를 용인토록 이끌었다고 여겨진다. 인간의 태생적 욕망을 능가하는 소비욕구는 높은 수준의 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적 가치들을 잠재웠고 소비욕구를 동력 삼아 자본주의가 멈추지 않는 진화를 이어갔다고 책은 전한다.

저자는 화폐의 출현과 발달 과정을 자본주의의 주요 동력으로 연결해 설명한다. 화폐의 개념은 '현자의 돌'에서 출발한다. 오래 전 마술사나 연금술사들은 절대적 가치를 끝없이 재생산할 수 있는 '현자의 돌'을 찾으려 애썼다. 구리나 돌덩어리 등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진 '현자의 돌'이야말로,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현대의 화폐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힘을 지닌 화폐는 자본주의가 존재이유로 삼는 경제성장의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시장에 쏟아져야 하는 연료다. 저자는 "화폐 공급의 증가가 없다면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지고 따라서 고용주들은 임금을 지불할 수단을 잃고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밝힌다. 이는 건실한 경제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화폐 공급량의 꾸준한 증가와 더불어 화폐를 소비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계속 늘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과대하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화 생산을 끝없이 요구하고 욕망함은 물론 소비자, 노동자, 자본가, 국민국가가 힘을 다해 이러한 시스템에 복무하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자본주의의 과오인 과다생산, 이를 떠받치는 소비주의를 조망한 뒤 자본주의가 부른 부의 집중화와 양극화가 종교갈등, 전염병, 테러를 전지구적으로 확산시킨 과정을 추적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기아에 빠진 8억명을 살릴 수 있는지, 책은 정확히 답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식량을 살 돈'이 아니라 '식량을 구할 권리'를 이들로부터 박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로 인한 파국을 개선하기 위해 자연자본의 재구축과 정치자본의 복원, 그리고 소비 행태 개선과 기업권력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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