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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도 변화도 원하지 않는 일본인의 방어적 민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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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도 변화도 원하지 않는 일본인의 방어적 민족성

입력
2014.03.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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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원우씨가 이란 책을 냈다. 30여 년간 작가 특유의 '직관'으로 살펴 온 일본과 일본인의 일상과 문화를 '주관∙객관의 저울질'을 통해 걸러 기록한 책이다.

그는 1990년대 초 한 계기로 일본의 여러 곳을 누비며 썼던 글을 들추어 다듬고, 거기에 현재의 단상을 후일담 형식으로 덧붙였다. 대도시 심장부와 변두리 인력시장, '하바리'들의 노름판과 유곽의 커튼 뒤….일본의 디테일을 '탐독'하는 작가의 관점은 때로는 여행자로 때로는 비평가로, 차가운 르포라이터였다가 문득 이면을 탐구하는 소설가의 시선으로 다채롭게 변환한다.

그렇게 살펴 얻은 작가의, 일본에 대한 개괄적인 인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 생각은 책의 맨 앞장 '일본, 머리 없는 세계' 안에 집약돼 있다. 그는 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아스 카네티의 표현을 빌려 일본을 '머리 없는 세계'로, 일본인을 '세계 없는 머리의 종족'으로 비유한다. 일개미처럼 '일'에 파묻힌 채 사회나 세계로 눈을 돌리지 않는 일본인, 또 그들이 구축해온 자족적인 세계로서의 일본에서 그는 변화에 저항하며 제 발 밑만 챙기는 국수주의적 성향의 뿌리를 찾아낸 듯하다. 작가는 일본인의 특성을 표현할 때 흔히 쓰이는 '혼네(本心) 감추기'도,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체화한 '엄살' 즉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내 식으로, 내 실속이나 챙기며 살아가겠다는" 엄살꾸러기의 태도로 본다.

작가는 별로 다르지 않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두 갈래의 큰 양상을 동시에 살핌으로써, 그의 비판적 고찰이 '폄하'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낸다. 예를 들어 한국이 생각 없이 팽개쳐버린 귀한 것들_이를테면 전통 료칸 문화_을 지키는 일본인의 모습 앞에서는 자괴와 부러움을 드러내고, 우러러볼 만한 면모 앞에서도 칭송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는 일본식 생선회 상차림이 구현하는 자잘한 인공미와 한국 총각김치의 자연스러운 원형미를 나란히 놓고 양국 문화의 특성을 비교한다.

종교 문학 음식 목욕 대학 성문화…정치∙사회∙문화를 종횡하는 작가의 고찰은, 토크빌이 근 200년 전 미국의 제도와 문화를 탐방기의 형식으로 기록한 처럼 다채롭고 입체적인 맛은 덜할지 모르지만, 재미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의 참 맛은 장과 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감칠맛 나는 표현과 리드미컬한 문장 안에 있다. 독자는 작가가 일궈온 한국어 문장의 한 진경(珍景)을, 소설이 아닌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맛볼 수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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