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은 최철한의 29번째 생일이자 이세돌의 8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아 치열하게 승부를 가렸고 결국 최철한이 승리, 생일을 자축했다.
12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9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8강전에서 최철한이 난적 이세돌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초반에 우상귀 전투에서 우세를 차지한 뒤 중반 이후 이세돌의 흔들기를 잘 막아내 무난히 승리했다. 최철한은 그동안 이세돌에게 6연패를 당하는 등 지금까지 상대전적에서 21승30패로 뒤졌지만 작년 말 명인전 결승전에서 3대 2로 승리해 타이틀을 따낸 것을 비롯, 최근 5국에서는 4대 1로 앞섰다.
이로써 제19기 GS칼텍스배 4강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이세돌을 꺾은 최철한이 랭킹 1위 박정환과 결승 진출을 다투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 우승자 김지석과 '작은 거인' 목진석이 맞대결을 펼친다.
최철한과 박정환의 통산전적은 10승4패로 박정환이 크게 앞선다. 최철한은 올 초 천원전 결승전에서 박정환에 0대 2로 완패한 것을 비롯, 최근 5연패를 기록 중이다. 과연 최철한이 연패의 사슬을 끊고 2005년 제10기에 이어 다시 한 번 GS칼텍스배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정환은 올 초에 무척 바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과 혼성페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병역특례대상자가 된 박정환은 1월 23일부터 2월20일까지 4주간 군사훈련을 받았다. 평소 별로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을 받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대국 스케줄이 밀려 부대에 입소하기 전날까지 KBS바둑왕전 결승전 대국을 했고, 퇴소하자마자 곧바로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농심배 최종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어쩌면 바둑왕전에서 이세돌에게 1대2로 진 것이나 농심배 최종국서 스웨에게 유리했던 바둑을 역전패한 데는 이같이 빡빡한 일정 탓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박정환 역시 GS칼텍스배서 두 번째 정상 도전이다. 2011년 16기 때 박영훈을 3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기 우승자 김지석과 '작은 거인' 목진석의 대결은 일단 객관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김지석의 우세가 예상된다. 통산전적에서 10승4패로 크게 앞서 있고 작년 말 올레배 결승전에서도 김지석이 목진석에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서른 네 살인 목진석은 특이하게도 최근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춘란배 선발전에서도 이지현, 박영훈을 차례로 꺾고 당당히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15년전 제1회 춘란배 때는 목진석이 각국 출전선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는데 이번에는 아마도 최고령선수가 될 것 같다. GS칼텍스배서 4강에 오른 건 지금까지 이 대회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목진석이 다시 한 번 30대의 저력을 과시하며 멋진 뒤집기 한판승을 거둘 수 있을 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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