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어떤 수준을 대놓고 따지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자신의 직업이나 하는 일을 드러내는 것에 개의치 않는 이들일수록 그 직업적 수준이 함께 노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럴 때는 보지 않으려고 해도 그것이 눈에 보인다. 문단과 출판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시인과 기자들을 무수히 만났고 그들이 쓰는 많은 글을 읽었는데 그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직업 중에서 질적 수준 차이가, 그 진폭이 가장 큰 직업이 바로 시인과 기자인 것 같다. 일단 시인과 기자를 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무척 많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시인과 기자라는 직업의 자격(자질)과 소용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외연이 매우 넓은 것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자신이 아무리 형편없는 시인일지라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기자는 그런대로 자신의 실력과 수준을 스스로 인지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소속된 매체의 영향력과도 상관관계를 갖는다. 어쨌거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좋은 시인이라거나 수준 높은 시인이어서가 절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좋은 시인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목표는 나쁜 시인이 되는 것이다. 나쁜 시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좋은 시인에서 힘껏 달아나는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수준 낮은 시인의 어설픈 변명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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