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희가 없었다면 정규리그 2연패가 힘들었을 겁니다.”
이정철(54) IBK기업은행 감독은 평소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그러나 베테랑 세터 이효희(34)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달라진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뒤 가장 먼저 주장 이효희의 이름을 꺼냈다. “효희 덕분에 외국인 선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배구를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여자부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용병에 의존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효희는 카리나(29)-김희진(23)-박정아(21)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에게 고른 볼 배분을 통한 ‘토털 배구’를 이끌었다.
이효희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8년 인삼공사에 입단했던 그는 2007년 흥국생명으로 이적했지만 2010년을 끝으로 은퇴해야 했다. 2차례 우승(2005, 2008~09)을 이끌었고 최고 세터상(2007~08, 2008~09)을 2번이나 받았지만 팀 동료였던 김사니(32ㆍ로코모티브 바쿠)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7개월 가량 코트를 떠났던 이효희는 이정철 감독의 러브콜에 2011년 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프로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이효희는 누구보다 열심히 코트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 감독은 “효희가 올해 우리 나이로 35세인데 그 나이에도 지난해보다 기량이 성장했다”며 “흔히 베테랑의 경우 실력이 늘 수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근 들어 여자배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외국인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0~11시즌 황연주(28ㆍ현대건설)가 MVP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최근 5시즌 모두 용병이 MVP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이효희가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최고의 별로 우뚝 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규리그 MVP는 16일 5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단 투표로 가려진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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