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천모(22)씨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글을 남기고, 12층에서 투신해 e스포츠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천씨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남긴 글에 따르면 천씨가 소속됐던 팀(ahq코리아)은 감독이 불법 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졌다. 감독이 승부조작을 권유하다 선수들이 이를 거절하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과 동시에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발 빠른 대응으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전병헌 협회장은 “e스포츠 공적기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느끼고, 피의자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전ㆍ현직 e스포츠 선수들에게 멘토가 되는 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KeSPA는 ‘ahq코리아’가 협회 소속 팀이 아니지만 전체 e스포츠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이번 사건에 적극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ahq코리아에 몸 담았던 선수들의 진술과 경기 동영상 분석을 토대로 해당 감독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2010년 ‘스타크래프트’에서 같이 ‘LOL’에서도 승부조작이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e스포츠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전으로 경기가 이뤄지는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LOL’은 단체전인 만큼 승부조작이 쉽지 않다. 특히 ‘롤챔스’ 등을 중계하고 있는 온게임넷은 경기 중 선수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녹취해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KeSPA와 협의를 거쳐 경기를 중단시키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녹취는 2시즌 전까지 내용이 보관된다.
한편 천씨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LOL’ 커뮤니티마다 모금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북미 LOL 팀인 솔로미드(TSM)가 천씨를 돕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TSM 사장 겸 코치를 맡고 있는 앤디 딘은 트위터를 통해 “오는 19일까지 솔로미드 스토어에서 발생한 수익의 100%를 ‘프로미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미스’는 천씨가 ahq코리아에서 사용했던 아이디다.
박진우기자
한국스포츠 박진우기자 jwpark@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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