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실적부진을 겪은 기업은행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으로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출자기관 고배당을 통해 세수부족으로 조금이나마 메우려는 의도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들에게 불확실한 경제여건을 고려해 고배당 자제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총 2,052억원(1주당 33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의결한다. 배당성향은 25.3%다. 지난해 총 2,576억원을 배당한 것에 비해 524억원 감소한 규모이고 2012년과 비교해도 527억원 줄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지분(59.9%)만큼인 1,235억원을 배당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배당을 배당성향으로 보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22.9%) 보다 2.4%포인트 올랐다. 2004년 40.9%의 배당을 추진한 적도 있지만 당시에는 대주주인 재정경제부가 소액주주보다 절반 이상 적게 받는 차등배당을 적용, 사실상 이번 배당성향이 역대 최고 비율인 셈이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일반투자자와 같은 비율로 배당을 받고 있다. 최근 상장사들이 투자여력 확보와 주주이익 제고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대주주의 배당은 줄이고 소액주주 배당을 늘리는 추세와 비교된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재정부 요구 때문이다. 재정부는 일반회계 정부배당수입을 5년 평균 수준(1,600억원)으로 맞춰놨는데 기업은행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6.8% 감소한 8,542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5년 평균 배당성향(20%)으로 배당할 경우 1,025억원에 불과해 500억원 이상 세수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기업은행은 전체 공공기관 배당금의 약 45%를 담당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편성한 세입ㆍ세출예산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기업은행의 고배당이 불가피했다"며 "정부도 주주로서 출연기관에 대해 배당을 받는 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은행권 최고 수준이라 금융권에선 "정부가 스스로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낮추라고 지도하는 바람에 국민은행의 올해 배당성향은 18.8%에 그쳤고, 외환은행(12.3%) 하나은행(23.2%)도 기업은행보다 적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부실이 늘고 수익이 급감할 위험에 대비해 배당보다는 최대한 현금을 쌓아두라던 정부가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높은 배당을 받았다"며 "외국계 금융사가 고배당 통해 수익금을 나라 밖으로 보내려 할 때 이를 막을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본건전성 지표로 보더라도 기업은행은 자본을 더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2.2%로 시중은행 평균인 14.9%를 밑돌았고 기본자본비율 역시 8.87%로 시중은행과 평균(11.93%)보다 낮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 목적이 높은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닌 만큼 일반주주와 달리 차등배당을 받거나, 배당금을 소외계층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공익목적의 사업에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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