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이 연인을 잃은 한 남성의 사연을 자신의 지인 이야기인양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내 방송을 탔다가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여성이 과거에도 방송에 갖가지 사연을 보내 경품을 탄 전력이 알려지면서 '경품 욕심에 타인의 고통까지 훔쳤다'는 비난이 일었다.
Y씨는 지난 5일 SBS 라디오 '박소현의 러브게임' 사연 투고란에 '지난 주말 헤어졌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사연 속 주인공은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일상을 밝게 그린 한 여성의 투병일기를 인터넷에서 읽고 호감을 느껴 채팅을 통해 그녀의 친구가 됐다. 그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해 퇴원한 그녀에게 만남을 이어가자며 사랑을 고백했다. 죽음을 앞둔 여성은 만남을 거절했지만, 남성은 그녀를 감싸 안았다. 연인을 하늘로 떠나 보낸 아픔이 담담하게 담긴 이 글은 12일 전파를 탔다.
그러나 실제 주인공이 13일 인터넷 P사이트에 '저도 모르는 사이 제 글이 라디오에 나왔다'는 글을 올리면서 Y씨의 도용 사실이 들통났다. Y씨는 이 남성이 P사이트에 올린 글을 제목까지 퍼 날랐던 것이다. 프로그램 투고란에는 '퍼 온 사연 절대금지' 공지도 있었다. 남성은 "숨진 여자친구의 동생이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보냈느냐'고 물어와 알게 됐다"며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정말 너무하다"고 털어놨다.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항의가 쏟아지자 제작진은 경품 지급 계획을 취소하고 "사연의 주인공이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는 사과 글을 올렸다. Y씨는 남성의 공개 사과 요구를 무시하고 P사이트를 탈퇴했다가 자신의 과거 응모내역이 공개되는 등 일이 커지자 뒤늦게 전화로 사과했다. 피해 남성은 "논란이 커지는 게 싫어 제 가슴에 묻고 가렵니다. 같이 아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P사이트에 올렸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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