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홍사덕)가 준비했던 대북 비료지원 행사 선포식이 돌연 취소됐다. 비료는 5ㆍ24 제재 조치에 따른 대북 금수 품목이어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규모 지원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화협은 13일 당초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북녘에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국민운동 본부' 선포식을 내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기했다. 민화협은 농번기가 닥치기 전인 4월까지 북한에 20㎏짜리 복합비료 100만포대(2만톤)를 보낸다는 구상 아래 국민 1인당 1계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120억원(포대당 1만2,000원)을 모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간 차원에서 이 정도 분량의 비료가 지원된 적은 없었다.
비료는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대응한 정부의 제재 조치로 대북 지원이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 1999년 11만5,000만톤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매년 20만~35만톤의 비료가 북한에 들어갔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7년째 지원이 끊겼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주도 비료 지원은 정부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홍 의장 개인의 역할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홍 의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북한 산림녹화 지원 등 굵직한 구상을 잇따라 내놓으며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도 홍 의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아침 간부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행사 초대를 당일 새벽에야 발송하는 등 제가 밀어 붙인 게 화근이었다"고 사과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민화협의 비료 지원 사업은 정부와 사전 교감 없이 독자 추진하는 것"이라며 "비료 반출 신청을 해오면 그 때 가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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