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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소아 백신 둘러싼 과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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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소아 백신 둘러싼 과열 경쟁

입력
2014.03.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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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ㆍ유아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부터 생후 59개월까지의 아이가 폐렴구균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게 됐다. 한 번 맞을 때마다 12만~15만원(총 4회 접종)을 내야 했던 부모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보건당국은 전문가로 구성된 예방접종위원회를 통해 시중에 출시돼 있는 '13가'와 '10가' 두 백신을 무료 접종 대상으로 선정했다. 둘 다 접종 여부를 부모가 선택하는 선택접종 대상에서 모든 영ㆍ유아가 꼭 맞아야 할 백신으로 바뀌었으니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무료 접종 대상에 선정된 이후 두 백신의 마케팅 경쟁은 되레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내외 임상연구 결과와 전문가 견해 가운데 유리한 내용을 발췌해 근거로 들며 자사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 백신이 가장 미묘하게 부딪히는 것은 예방 효과다. 폐렴구균은 90여 가지 종류(혈청형)가 있는데 그 중 10~20가지가 뇌수막염이나 균혈증, 패혈증(이상 침습성 질환), 중이염 같은 병을 일으킨다. 서울대병원이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2011~2013년 전국 25개 의료기관 소아 환자의 폐렴구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3가 백신은 국내 폐렴구균의 57.1%를, 10가는 10.7%를 막아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13가 백신은 혈청형 13가지, 10가는 10가지를 예방하도록 디자인됐다.

더 많은 종류의 폐렴구균을 막는 쪽이 예방 효과가 우수하다는 게 13가 백신 제조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10가 백신 제조사는 "백신의 우수성을 혈청형의 개수로 추정하면 안 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반박한다. 핀란드 영ㆍ유아 4만7,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도 10가 백신이 혈청형 종류와 관계 없이 폐렴구균 질환(침습성)의 93%를 예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전문의 간의 견해도 엇갈린다. 10가 백신에는 없고 13가에만 들어 있는 3가지 혈청형 중 하나가 19A다. 그런데 서울대병원 조사에서 19A에 감염된 아이 14명 가운데 6명이 13가 백신을 이미 접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백신을 맞은 적이 없거나 지금은 나오지 않는 예전 백신을 맞은 경우였다. 한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특정 혈청형이 포함돼 있어도 100% 예방을 보장하지 못하는 '돌파감염'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며 "한 백신으로 여러 원인균이 예방되는 '교차방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어느 백신이 우수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백신을 맞고도 19A에 감염된 아이들은 정해진 접종 횟수를 채우지 못했거나 병을 앓고 있어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 사례만으로 백신의 효과를 추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소비자들의 혼란만 커지는 모양새다. "의학적으로 둘 다 의미 있는 백신인데 제조사들이 과열 경쟁으로 상대 제품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국산 폐렴구균 백신이 개발돼 있다면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마케팅에 한국 부모들이 휘둘릴 필요가 없을 텐데 안타깝다"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한탄에 공감이 간다. 질병관리본부는 무료 접종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 관련 허가사항과 학계에서 입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소아 폐렴구균 백신 선택에 대한 안내문을 배포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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